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예루살렘에서(주님 수난 성지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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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1-04-09 ㅣ No.6684

 

 

올리브 산에서 바라보는

예루살렘의 전경은 참으로 가슴 시리게 다가온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이었던가!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쉼 없이 걸어왔던 힘겨운 길이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하여 결코 포기하지 말고 이 길을 걸어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맞아주고 있다.

겉옷을 길에 펴놓고 환성을 지르며 나를 반기는 사람들,

그러나 이 사람들은 나의 길을 모른다.

자신의 기대와 감정에 이끌려 기뻐할 뿐,

나의 길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최후의 만찬을 거행한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제자들, 얼마나 사랑했던가!

나의 모든 것을 내 주었다. 아무런 대가없이.

그러나,

이들은 나를 버리고 자신의 길을 간다.

나를 팔아 넘긴 가련한 제자 유다,

나와 함께 한시도 깨어 있지 못하고 피곤에 지쳐 쓰러진 제자들,

힘없이 붙잡힌 나를 두고 모른다고 세 번씩이나 울부짖던 베드로.

 

더 많은 이들이 나의 마지막 길에 함께 한다.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를 잡으려고 달려드는 병사들,

두 눈을 부릅뜨고 잡아먹을 듯이 외쳐대는 대사제들과 원로들,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쳐대는 사람들,

책임을 회피하는 빌라도,

가진 자들에게 빌붙어 채찍질하고 못 질하는 불쌍한 하수인들,

나를 지켜보며 흐느끼는 여인들,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죄인들,

나를 묻어 준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

 

나는 혼자이다.

그러나 결코 혼자가 아니다.

 

이제 너를 내 길에 초대한다.

과연 너는 어떤 모습으로 이 길에 함께 하겠느냐?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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