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라일락 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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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담벼락에 장미가 흐드러질테지. 유월이니까.
자동차 먼지가 뽀얗게 덮혀 있을땐 시선이 비켜가지만
아까처럼 소나기가 한 줄기 지나면서 두고 간 물방울을
또렷하게 갖고 있는 모습엔 청순함과 요염함이 교차하는 덩쿨 장미.
꽃을 보면 자동적으로 코를 갖다대는 습관이 있는데 음..요즘 장미는 왜 이리 향이 약할까..
고등학교때부터 대학 신입때가지
명동엘 참 자주 나갔었다. 사실 그때 거기엔 특별한 이유와 계기가 있기도 했지만
사람 구경하러 쏘다녔다는 표현이 더 솔직할 듯 하다.
친구들과 혹은 혼자, 온 명동 골목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다가 다리를 쉬려면 꼭 찾던 곳이
있었는데 바로
명동 성당 안쪽 성모 동산에 있는 의자였다.
덩쿨이 우거지는 계절 어둑해질 무렵엔 구석진 자리를 찾아
남자 친구랑 손 꼭 잡고 얘기도 하고(얘기만!)
여자 친구들이랑은 단체석을 차지하고 앉아 반상회도 열고. 가끔
혼자 있고 싶을땐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오기도 했고.
그땐 나를 비롯해서 우리들 중 아무도 신자는 없었고,
성당이 뭐하는 곳인지 저기 서 있는 인자해 보이는 여인상이 뜻하는게 무언지
성당 다니시는 엄마에게 가끔 귀동냥 했을 뿐 나 역시 아는게 없었지만
그곳이 좋았고 습관적으로 찾았다.
그땐 시위가 많아서 성당안에 들어가지 못할때도 많았지만.
그렇게 아주 자연스러운 첫 만남의 기억을 나누고 있는 명동 성당엘 오늘 정말 오랜만에
찾았다.
바람이 불때마다 어디서 날아 오는 때늦은 라일락 향기와 해 진후의 하늘 색깔이
친구의 사는 얘기와 버무려 지면서 짧은 감탄을 느꼈다..지금,참 좋다..! 고.
내 직업 전선에 변화가 생긴 후
주중에 한번 정도는 가던 평일 미사를 못 간지 몇 주가 되 간다.
그게 이렇게 갑갑할 줄 몰랐다.
<망중한>이라고,
주일보다 바쁜 주중에 참석하며 조금씩 숨돌리곤 하던 미사가
드러나지 않은, 그래서 더욱 위험한 내 갈증을 트여 주었슴을 알게 된다.
음..아무래도 평일 미사를 위해 직장 근처에 있는 길동 성당의 위치도
알아 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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