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땐 아버지라고 불렸을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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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순 [eq99] 쪽지 캡슐

2003-12-12 ㅣ No.3092

 

중량천에서

                            

친구는 깨달음을 위한 수행이라고 했다.

추위를 피할 다리 밑도 있는데

굳이 얇은 판지 위에 쪼그리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체력 보강을 위해 뛰고 걷는 수많은 사람들

마치 일의 연속인양 바쁘게 그 남자의 곁을 스쳐 지나간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바쁘게 만드는 것일까

 

금방 꺼질 듯 깜박이는 촛불에 온기는 있을까

온 몸을 그 촛불에 의지한 채 남자는 오그라져 있다.

어둠이 짙게 깔렸는데도 그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땐 아버지라고, 남편이라고 불렸을 이 사람

능력 껏 일한 필요한 만큼의 분배의 요구가

그렇게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을까

 

어찌 민초들의 고달픈 삶이 이 한 사람뿐이랴

남자의 위태로움을 알리 듯

얼마 남지 않은 촛불 심지가 유난히 깜박인다.

 

난 자꾸 뒤를 돌아본다.

초 겨울밤 총총한 별이 고맙다.

다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도록

밤하늘에게 그를 맡기고 두 손 모은다

 

***

중량천 밤 운동을 하다보면 한 사람이 자주 제 눈에 들어옵니다

얇은 거적만을 두룬 채 그렇게 추운 밤을 지내는...

운동을 하면서 그 사림이 보이면 안도의 숨이, 혹 안보이면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정말 한 땐 남편, 아버지, 아들이였을 그 사람, 정말 한 땐 열심히 살았을 텐데 어쩌다가..

소중한 사람이였을 그 사람의 삶을 생각해봅니다.

 

조 쟈네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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