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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멜로의 개구리의 기도(구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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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2-01-11 ㅣ No.777


 

     구명소
 


 

파선이 잦은 어느 바위 많은 해변에 한때, 무너질 듯한 구명소가 있었다.
 

그 집은 오두막에 지나지 않았고 배도 하나 뿐이었으나,
그 구명소의 몇 안되는 일꾼들은 헌신적인 사나이들로서 바다를 끊임없이 지켜보았고,
 

자신들의 안전은 거의 염두에 없이 어다선가 배가 파선되었다는 어떤 증거만 있으면
 

겁내지 않고 폭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하여 많은 생명을 구했고, 그 구명소는 유명해졌다.
 


 

그 구명소의 평판이 높아지자,
 

이 뛰어나게 훌륭한 일을 함께 하기를 바라는 이웃 사람들의 욕망도 높아졌다.
 

그들은 시간과 돈을 너그럽게 제공했고, 따라서 새 회원들이 등록되었으며,
 

새 배를 사고 새 선원들이 훈련되었다.
 

그 오두막은 편안한 건물로 대체되어,
 

바다에서 구출된 사람들의 필요에 적절히 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파선이 날마다 일어나지는 않았으므로 그 건물은
 

인기있는 집회 장소가 되었다 -- 일종의 지역 클럽 같은 곳이 된 것이다.
 


 

시간이 흐르자, 회원들은 사교적인 일로 무척 분주해져서 구명 작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기야 그들은 달고 다니는 배지에 씌어진 "구명"이라는 표어를 당당하게 뽐내고 있었지만,
 

사실은 어떤 사람들이 실제로 바다에서 구출되면 그것은 항상 퍽 귀찮은 일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지저분하고 병든 사람들이며 카펫과 가구를 더럽혔기 때문이다.
 


 

이내 그 클럽의 사교 활동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구명 활동은 극히 드물어지자,
 

한 클럽 모임의 발표회 때에 몇몇 회원들이 본래의 목적과 활동에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표가 있었고, 소수에 속한다는 사실이 판명된 이들 말썽꾼들은 그 클럽을 떠나서
 

다른 클럽을 시작하라는 권고를 받게 되었다.
 


 

그들은 그 해변에서 조금 더 멀리 내려가서 바로 그대로 했다.
 

그들은 그처럼 욕심없고 용감했기에 얼마 안 가서 영웅적인 활동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그래서 회원이 늘었고, 오두막도 헐어 다시 짓게 되었고 ... 그리고 그들의 이상은 질식되었다.
 


 

오늘 날 그 지역을 찾아가 보면, 해변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수많은 독특한 클럽들이 보인다.
 

저마다 기원과 전통을 당연히 자랑스럽게 여기는 클럽들이다.
 


 

여전히 그 부근에서는 파선이 일어나고 있으나 아무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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