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가가멜 신부님

인쇄

윤미섭 [klaray] 쪽지 캡슐

2002-08-10 ㅣ No.449

어제(8월9일) 오후 5시에 혼배미사가 있었습니다.

주례사제는 최익철 신부님이셨어요. 해설자는 물론 저였구요.

오랜만에 신부님을 뵈니 모습이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세월에 이길 장사 없다더니......

우리 본당에 계실 때 별명이 가가멜 신부님이었던 것, 다 아시죠?

그런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제 기억 속에서의 신부님은 주일 미사 때 야단만 치셨는데

세월은 신부님을 인자하신 할아버지 신부님으로 바꾸어 놓았어요.

신부님을 뵙는 순간

제 기억 속의 그 칼칼했던 신부님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시고,

대신 인자함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하지만 미사 집전하실 때

조금 헤매시고 더듬거리셨어요.

저는 마음 속으로 세월을 탓했지요.

그럼에도 신부님은 미소 띈 모습으로 천천히 미사를 끝내셨어요.

그리고 신랑신부와 재미있는 표정으로 사진촬영을 하시고

미사해설 하느라고 수고했다며 저에게 악수도 청하셨어요.

(그 동안 혼배미사 사회, 무지하게 많이 했지만 주례사제와

 악수해 본 건 처음이었어요.)

저는 조금 전에 세월을 탓한 걸 후회했지요.

신부님에게서 전에 느끼지 못했던 따뜻함과 여유로움을 느낀 건

순전히 세월 탓이었으니까요.

돌아서서 가시는 신부님께 그냥 작은 소리로

"신부님, 건강하셔야 돼요....."

 

7시 저녁 미사를 하면서

내내 최익철 신부님을 생각했지요.

 

최익철 신부님은

이제 절대로 가가멜 신부님이 아니랍니다!!1

신부님, 사랑해요~  *^^*

 



89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