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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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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경 [solbada] 쪽지 캡슐

2001-02-17 ㅣ No.1466

살아가며 언제 다시 이런 눈을 볼 수 있을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눈을...

거리를 다니면 발목이 빠지고

지붕마다 전선마다 한 숟가락 푸욱 떠먹고 싶어질 정도로

하얗고 소담스럽게 쌓인 눈의 풍경들...

잠에서 깨어나면 온통 햇빛에 반짝이며 반겨주는 순백의 아침을...

 

북유럽의 노르웨이가 그럴까? 캐나다의 어느 지방이 그럴까?

파고라는 영화에서 봤던 미국의 미네소타가 그럴까?

러브레타의 일본 북해도가 그럴까?

눈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근래에 눈을 볼 수 없다고

투덜대곤 했었는데 이번 겨울 내내 눈구경이다.

 

어제 잠깐 간 관악산 언저리...

나무마다 쌓인 눈이 장관을 이루었다.

자동차나 발길이 뜸한 탓에 희고 보드라운 눈 그대로

그대로 자리하고 있었다. 환성을 지를 만큼 아름다왔다.

 

1월에 내린 폭설은 미처 치우기도 전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근 두달동안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더니 더 많은 눈이 내렸다.

그 눈 많이 내리던 목요일, 눈이 그치면 대문 앞이라도 치워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골목을 치우는 소리가 들렸다. 따뜻한 코코아를 한잔 대접하려고

들고 나갔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아 대문 앞 쌓인 눈만 치우고 들어왔다.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골목을 말끔하게 치워놓아

길 다니기가 힘들지 않았다.

그래서 소복히 눈 쌓인 그 목요일 성당가는 언덕길, 한번 넘어지지 않고

오를 수 있도록 눈 치우는 수고를 해준 분들

덕분에 맘이 환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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