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성당 게시판

메주고리에 성지순례 답사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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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승 [hwang350] 쪽지 캡슐

2001-02-04 ㅣ No.1036

+찬미예수

 

1.24.수.맑음

 

설이었다. 나에겐 아주 특별한 설이었다. 해외에서 맞이하는 설로는 처음이었고 남들보다도 8시간이나 늦게 설을 맞이했다. (남들보다 8시간이나 오래 살고 있었다.)

어머니들께서 나에게 아침미사의 해설을 부탁하셨다. 설 미사로 봉헌되기 때문에 특별히 미사 전례를 모두 청년들에게 맡기신 것이었다.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새배도 드렸다. 예수님께... 새배돈은 은총으로 받아가시라고 신부님께서 농담을 하셨다. 신부님 말씀대로라면 정말 큰 새배돈을 받았음에 틀림없었다.

갑자기 한국에 있을 가족과 친척들, 친구들,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보고 싶어졌다. 아마도 그 사람들도 지금쯤 날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오전 스케줄은 또 한 명의 영적 담화자인 미리안나와의 만남이었다. 영적 담화자에 대해 주를 달자면 성모님의 발현을 직접 접하지는 않지만 성모님과 대화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중 어제 만났던 예레나 자매는 순례 기간 내내 우리와 함께 이동할 것이고 이번에 만난 미리안나는 이번에만 만나게 된다.

 

미라안나는 성모님으로부터 음성을 듣고 처음에는 놀라웠으나 지금은 그 부름에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하였다. 성모님께서는 미리안나에게 특별한 부탁을 하셨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다름아님 기도 모임이었다. 미리안나 자매의 말에 의하자면 성모님께서는 우리가 마음을 다하여 기도하는 자리에는 항상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성모님의 말씀대로 이곳에는 두개의 큰 기도 모임이 있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는 다락방 기도 모임으로 적은 인원씩 꽤 많은 그룹이 모여 기도하는데 미리안나 자신이 담당 하고 있다고 했고 또 하나는 관상 기도 모임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체납골로라고 불리는 다락방 공동체를 방문하게 된다.

이 공동체는 세계 각지에서 마약 복용의 경험이 있는 폐륜아들이 모인 곳으로 15개국에서 90여명의 아이들이 모여 함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들 공동체에는 티비,라디오,컴퓨터 등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의사나 상담치료가 등도 없다고 한다. 오직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따름이라고 한다.

이들의 일과는 이렇다. 아침 일찍 일어나 묵주의 기도를 바치고 아침 식사를 한 후 오전 작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작업은 이곳 공동체의 담당자인 수녀님께서 무작위로 정해주신다고 하는데 이는 이 곳 구성원들이 사회에 다시 나갔을 때 어떤 일을 하게되도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점심을 먹고 다시 오후 작업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저녁에는 식사를 한 후 다시 함께 모여 기도를 드리고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이 공동체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해준 한 형제는 그랬다. 자신은 전에 이 세상에서 자신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돈도 있고 여자도 있고 가질 수있는 것은 모두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풍족한 삶 안에는 공허함에 허덕이는 자기 자신이 있었고 그 공허함은 마약만이 채워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 앞에 나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마약을 복용하지 않고는 도저히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생활의 반복은 자기 자신을 마약에 의지하게 만들었고 마약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결국 마약의 노예가 된 것이고 이미 사회에서 자신은 고립된 후였다고 한다. 그럴 때 자신은 이곳에 왔고 이곳 사람들이 모두 미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들은 마약 없이 너무나도 즐거워하고 있었고 그 즐거움은 마약을 했을때처럼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내적인 기쁨에서 오는 지속적인 것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자신은 자기 마음에 있는 공허함을 조금씩 조금씩 사랑으로 채우고 예전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메주고리에 성모님은 특별히 젊은이들을 사랑하신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순례의 타이들도 사실은 젊은이의 메주고리에이다. 내 앞에서 자신감있게 이곳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 형제들은 나보다도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다. (물론키는 나보다 더 크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의 모습, 한국에서 자아를 발견하지 못한 채 공허함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의 모습, 그리고 지금의 나의 모습까지도...

세상은 점점 더 우리의 자아를 돌이켜볼 시간을 주고 있지 않다. 각종 미디어와 메스컴의 중독은 우리를 획일화시키고, 인간 사이의 대화를 단절시키고, 아름다움을 모르게 하고, 내적 공허를 일으키고, 결국은 사랑을 끊어버린다.

이는 어떤 한 가지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이들을 보면서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저녁 시간에 공동 로사리오를 하기 위해 성당으로 모였다. 성당 앞에서 선교사님께서 나를 붙잡고 말씀하셨다. 부르심에 대해 자기의 의를 구하지 말라는 말씀이셨다. 나는 그 말씀의 뜻을 전부 알아 듣지는 못해지만 대충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묵주의 기도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분명 내 스스로 내가 사제 성소가 있고 앞으로 성직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선교사님께서도 이 사실을 알고 계셨다.) 그런데 성직의 길에 있어서 난 수도 성소는 아주 배제한 채 교구 사제 쪽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내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선교사님의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았다. 왜 나는 굳이 교구 사제의 길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난 깊은 성찰 중에 이런 것을 깨달았다. 난 사제가 되어 사목을 잘해 보려는  욕심을 갖고 또 사제가 되어 타인들의 존경을 받고 사제가 됨으로써 하느님과 가까워져 보려는 생각. 어쩌면 나의 목표는 이미 하느님이 아닌 사제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 성찰후에 정말 후회 없으리만큼 많은 눈물을 흘렸다. 아! 이것이 나의 의요 나의 교만이었구나. 나의 이런 생각에 주님께서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평신도이건 수도자이건 또 성직자이건 결국은 하느님인 것을...하느님의 의를 구하지 않고 나의 의를 구했었구나. 정말 미친 듯이 울고 또 울었다. 옆에 앉으셨던 동료 순례자 자매님께서 나를 치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울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어떤 길이든지 주님께서 부르시는 그 길을 기꺼이 따르겠노라고. 그리고 그 부르심을 듣기 위해서는 정말로 많은 기도와 성찰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죄를 지으면서도 스스로 합리화하여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것을 알게 해주시고 치유해 주심이 감사했다.

 

오늘 이곳은 정말 성모님께서 살아계시고 은총이 많은 곳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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