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성당 게시판

[정베] 달빛이 창문을 두드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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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승 [forcedeux] 쪽지 캡슐

1999-12-17 ㅣ No.777

예수회 류해욱 신부님의 글입니다.

하루를 돌아볼 때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달빛이

 

가만히 창문을 두드리는 시간

 

당신 앞에 앉아 하루를 돌아봅니다.

 

                                                             

 

이제사

 

잊고 있었음을 의식합니다.

 

오늘 저의 삶 안에서

 

당신이 저와 함께 머무르셨음을

 

달빛처럼 가만히 오셔서

 

저를 비추어 주셨음을.

 

 

 

당신을 알아봅니다.

 

당신을 의식합니다.

 

창문을 열어놓듯

 

저의 마음을 열어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당신의 사랑을 느낍니다.

 

 

 

저를 온전히 아시는 분은 당신

 

제가 누구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오늘 저의 의식을 스치고 갔던                                         

 

사건들의 의미를

 

달빛이 창문을 두드리는 의미를

 

삶의 의미를 아시는 분은                                        

 

오로지 당신이신 까닭에

 

여기 당신 앞에 저의 하루를 내어놓습니다.

 

 

 

저의 두려움과

 

게으름과 약함을 당신앞에 내어 놓습니다.                               

 

당신이 바라보시듯 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맑은 눈과 용기와 자유를 주십시오.

 

 

 

제 마음 깊은 곳에서 일고 있는 느낌의 물결

 

거기 당신이 들려주시는 부드러운 소리를 듣고

 

고요속에서 저의 갈망을 바라봅니다.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당신이 제게 주신 숨과 시간과 자유에 대해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타오르던 열정과 넘치던 기쁨

 

달빛이 사라지고 사위의 어둠이 걷히는 시간

 

강물을 바라보게 저를 부르신 분은

 

당신이십니다.

 

 

 

제가 웃음을 건네준 사람들

 

다정한 말을 부쳐온 사람들

 

아픔을 하소하며 슬픔을 나눈 사람들

 

예리한 칼날의 말로 제게 상처를 준 사람들

 

거기 당신이 계셨습니다.

 

                                                                     

 

그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당신이 건넨 말씀은 무엇이었습니까?

 

 

 

제 마음을 스첬던 느낌에서

 

당신이 저를 이끈 산은 어디입니까?

 

 

 

제게 일었던 분노에서

 

당신이 저를 바라보도록 원하신 강은 어디입니까?

 

 

 

제게 솟았던 환희에서

 

당신이 주신 바다의 선물은 어떻게

 

헤아려야 합니까?

 

 

 

당신 자신을 보여주시고 나누어 주시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당신을 보며 당신의 사랑을 느끼며

 

당신이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악의 그물에서 허우적거리던

 

유혹에 발목을 잡힌 시간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달빛처럼 가만히 다가와서

 

그물을 끊고 덫을 푸신 분은 당신.

 

 

 

 

 

달빛이 사라지고 날이 밝아오던 시간을 기억하며

 

오늘의 모든 것을 당신께 드립니다.

 

당신의 사랑을 아는 까닭에 죄에 머물지 않고

 

내일을 향해 걸으렵니다.

 

 

 

저는 사랑받은 죄인

 

달빛이 창문을 두드리는 시간

 

당신이 내내 제 곁에 계셨음을 의식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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