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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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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호 [joon16] 쪽지 캡슐

2000-04-26 ㅣ No.1167

 

어제 아침 10시경에

 

저희 외할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안양에 있는 외가집에 다녀왔죠.

 

 

사실 저희 외할머니는 연세가 아주 많으셔서 그런지

 

어른들은 ’호상’이라고 하시더라구요.

 

돌아가실때도 아주 편하고 조용히 돌아가셨답니다.

 

 

어제는 워낙 오늘내일 하시던 분이라 그냥 ’아! 돌아가셨구나!’했었답니다.

 

근데외가집에 들어설때 갑자기 무쟈게 슬퍼져 눈물이 나오려하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우는 사람이 한명두 없더군여

 

좀 당황스러웠었답니다.

 

 

조금 있으려니까. 초상집이 아니라 무슨 찬치집에 있는듯한 기분이 들더군여.

 

다들 슬퍼하는 기색없이

 

’그만큼 사셨으면 남의 명까지 빌려다 사신거.’라고 하시더라구요.

 

 

오래 전에 영화로 본 상가집을 다룬영화 ’축제’가 생각나더군요.

 

마지막 장면에 상주와 가족 전부가 단체사진 찍는데. 다들 무표정해 하니까.

 

사진찍는 사람왈.. ’아따 표정이 왜들 그래 누가 죽기라도 했댜?’

 

라고 하면서 모두 폭소를 터뜨릴때 사진을 찍으면서 끝나죠....

 

 

오늘 외가집 분위기가 꼭 그랬습니다.

 

외할머니가 (죄송한 얘기지만) 돌아가신 덕에 그많은(우리 외가는 굉장한

 

대가족 이랍니다.) 친척들이 정말 오랫만에 한자리에 모여서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사실....

 

 

 

저희 외할머니는

 

그렇게

 

돌아가실때까지

 

가족들에게

 

크은

 

선물을 주시고 가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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