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그리스도 왕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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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11-24 ㅣ No.739

그리스도 왕 대축일(다해. 2001. 11. 25)

                                                   제1독서 : 2사무 5, 1 ∼ 3

                                                   제2독서 : 골로 1, 12 ∼ 20

                                                   복   음 : 루가 23, 35 ∼ 43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이솝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어느 날, 하느님께서 새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왕으로 뽑겠노라.'  그러자 새들은 서로 자기가 왕으로 뽑힐 거라며 날개를 퍼덕였습니다.  하지만 자랑거리가 없는 까마귀는 풀이 죽고 말았습니다.  '난 온몸이 시커매서 왕이 되기는 틀렸어.  아, 나도 아름다운 깃털을 가져 봤으면…….'  까마귀는 다른 새들이 너무너무 부러웠습니다.  그러다 까마귀는 아주 좋은 생각을 해냈습니다.  까마귀는 다른 새들이 떨어뜨린 예쁜 깃털을 주워 자기 몸에다 붙였습니다.  '네가 가장 아름답구나.'  마침내 까마귀는 새들의 왕으로 뽑혔습니다.  왕이 된 까마귀는 마음껏 뽐내었습니다.  '이 나쁜 까마귀야, 이 깃털은 내 거야. 내놔!'  새들이 까마귀 몸에 붙인 깃털을 모두 떼어 냈습니다.  다시 새까만 몸이 드러난 까마귀는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왕(王)'이란 글자의 의미를 아십니까?  맨 위의 획은 하늘을 나타내고, 맨 아래 획은 땅을 나타내고, 중간 획은 사람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왕(王)'이란 하늘과 땅과 사람을 이어 주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늘을 땅으로 내려오게 하고, 땅을 하늘로 올라가게 하며, 남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서로 이어 주는 사람을 뜻합니다.  '하늘을 땅으로 내려오게 한다'는 것은 하늘의 뜻을 땅에 실현하는 사람을 의미하고, '땅을 하늘로 올라가게 한다'는 것은 땅의 소망과 기원을 하늘로 올리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남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서로 이어 준다'는 것은 다리와 구심점의 역할, 곧 '한데 모이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것이 '왕(王)'이란 글자의 본질적인 의미입니다.  이것이 바로 왕답게, 왕 노릇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왕처럼 살고 싶어합니다.  우리는 어떤 왕이 되고 싶어합니까?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 왕 대 축일을 보내며 권력을 많이 가지고 권력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왕보다는 부정한 방법으로 돈이나 재물을 모으며 백성들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잘살면 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백성을 다스리는 왕보다는 헛간에서 태어났으며, 병자와 죄인들을 돌보고,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실 때는 속옷조차 군인들에게 빼앗긴 가난한 왕을 보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디 자기도 살려보라지'라고 말하는 지도자들과 '자신이나 살려보아라'라고 말하는 군인들, 그리고 '당신도 살리고 우리도 살려보시오'라고 말하는 한 죄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어 가는 예수님를 조롱하고 희롱하며, 모욕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왕이 되어 오실 때 기억해 주십시오'라고 간청하는 다른 죄수의 회개와 예수님의 사랑이 있습니다.  그 죄수는 예수님께서 살아나실 것이라는 믿음과 꼭 다시 오실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온 세상의 왕이라는 믿음 그리고 죄인을 구하시는 사랑을 믿었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지체없이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대답하십니다.  그리고 네가 믿고 사랑하는 내가 함께 있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죄수는 자신의 회개와 선택으로 모든 것을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유일한 최고의 것을 상징하는 표현을 '왕(王)'이라고 붙여서 사용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지금 내가 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하느님 나라에서도 왕이라고 여겨질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에서 예수님의 오른편 십자가에 매달려 있던 죄인은 하느님 나라의 왕이신 그분께 경배 드리며 그 영광을 함께 얻는 은총을 구합니다.  예수님께서 왕이 되어 오실 그 날 우리가 그분의 기억 속에 있기를 기도합시다.

  우리는 삶 속에서 왕처럼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까마귀처럼 다른 이의 것을 자신의 것인양 속이며 살지 말고, 권력과 재물로 백성을 다스리는 왕의 모습이 아닌 겸손하고 다른 이를 위해 행동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기도하며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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