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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나도 그처럼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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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숙 [reality76] 쪽지 캡슐

2000-01-13 ㅣ No.2082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난 좀 조숙했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으로

그당시 마이콜파마(일명 아줌마파마)를 해달라고 떼스던 기억이 난다. 빼빼마른 체구에

뽀글이 파마를 한 모습은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기에 충분한 거였다. 난 그런식으로라도

주위 친구들과는 다른 레벨이라는 인상을 팍팍 심어 주었다.  그렇기에 새해가 되면

즐거웠다. 보다 많은 것을 알게되고, 이해할 수 있고 덤으로 그 위치에 응당한 권리도

받게되고 아무튼 어린것이 참 맹랑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어느덧 많은 시간이 흘러 나이 먹기가 두려운 나이로 들어서려 한다. 그때의 기대만큼

많은 지식을 얻은 것도 아니고 점점 발전되어 가는 내 모습도 아니다. 더욱 완고해지고

마음도 차가워지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여유도 없는 보수적인 나로 머물고 있다.

 

매일 한 남자를 본다. 점점 무기력해지는 그를 보며 못내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어느순간 등골이 오싹해짐에 정신을 바로잡는다. 나약함의 옷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차디찬 완고함의 그림자....

나이를 먹는다는건 완고함으로 새로 태어나기 위한 과정이었던가...

문득 사마리아 여인이 생각난다. 이방인의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그녀가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나면서 점차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은 여러번 곱씹을수록 아주 진한 향기가

베어나온다. 내 안에 포기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가득 채워질때 결코 새로 태어나지

못하고 흐르지 않는 물처럼 썪을 수 밖에 없음을 생각해본다.

 

주님. 제 생각과 삶이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런대로 살아가도 무관하지만 제 눈은 이미 완고함으로 여생을 살아가는

한 초라한 인간의 삶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전 그러곤 싶진 않습니다.

감수성이 깊은 소녀의 마음을 간직하며 죽는 날까지 살고 싶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에게 손수 "목마르다"라고 물을 청하며 다가오신 주님,

저도 모르게 목마름에 허덕이고 있을때

그렇게 살며시 오셔서 저를 새로 태어나게 하여 주소서. 아멘

 

하루를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추신;제 어릴적 얘기를 써 좀 쑥스럽지만 재미있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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