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너무 당연한 그러나 깨닫지 못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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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경 [blue-lily] 쪽지 캡슐

2000-01-23 ㅣ No.2808

꽃동네에 다녀왔다.  별관에서 3일 동안 쉬운 일만 하다가 할머니들이 계시는 곳으로 가게 되었을 때 기저귀를 어떻게 갈아드리나... 하는 생각 뿐이었다.  다행히 처음에는 내가 일할 방에 먼저 와서 일하던 군인이 있었다.  처음으로 할머니의 기저귀를 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 옆에서 쭈빗쭈빗 거리며 망설이고 있는 나를 보며 군인이 기저귀는 내가 다 갈테니 다른 일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는 내일 가는데 그 다음부터는 자기 부대에서 또 다른 사람이 올테니까 그 때 들어오는 군인에게 시키라고 했다.  겉으로 티는 안냈지만 내심 기뻤다.  하지만 군인이 기저귀  갈 때 옆에 있다가 할머니 닦아드린 조각천을 갖다 버리고 기저귀 끝을 손가락 두개로 목욕탕에 갖다 놓으며 꺼리는 생각을 가지고 내가 여기에 뭐하러 왔나 싶었다.   내 꼴이 참 한심 했다.  기저귀를 가는게 익숙해져 냄새가 나도 할머니 왜 쌌으면서 안쌌다고 거짓말을 해요! 하면서 웃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세상은 경험해 보면서 살아야지 자기 생각에만 젖어 해볼것도 피하면서 살면 안된다고 느꼈다.  내가 할머니들의 기저귀를 갈아 드리지 않았다면 그 일은 계속 지저분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었을 것이다.  손이 지저분해 졌다면 씻으면 그만일 뿐, 일 자체가 더러운 일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생각만 하고 새로운 경험을 꺼렸던 나에게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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