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연중 제18주 수요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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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광 [paschal] 쪽지 캡슐

2000-08-08 ㅣ No.1784

작년에 지방에서 강의를 하다가 있었던 일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마음 넓은 척하지만 사실은 혼자살기 때문에 속이 좁으니까 '신자들이 이해해주시고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하였다.

그때 한 구석에 있던 할머니 한 분이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외치듯 말씀하셨다. "맞다. 아를 낳아본 우리들이 참아야지요." 순간 장내를 웃음바다가 되었다. 하지만 내 자신은 웃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자식을 낳아보지도 길러보지도 못했으니 부모의 마음을 알턱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아무리 못된 사람이라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고들 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짐승보다 못하다고 표현을 한다. 누구나 부모라면 자식이 아프면 대신에 자신이 아팠으면 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자식이 어리면 더욱 그렇다. '어린것이 얼마나 힘들고 아플까?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모르긴 몰라도 부모 마음은 그런 것 인가보다.

오늘 복음은 마귀 들린 딸을 둔 어느 가나안 여인의 이야기다. 그는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예수께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청했다, 예수께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고, 제자들은 그 여자를 돌려보내라고 예수께 요청했다.

그래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일행을 따라가며 청원했다. 예수께서는 "나는 길 잃은 양과 같은 이스라엘 백성만을 찾아 돌보라고 해서 왔다" 라고 말씀하시며 그의 청을 거절하셨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자세를 더 낮춘다. 예수께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엎드려 도와달라고 간청한다. 물론 또 한번 거절당했다. "자녀들이 먹을 빵을 강아지에게 던져주는 것은 옳지 않다."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주님, 그렇긴 합니다만 강아지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주워먹지 않습니까?" 결국 그의 소망은 이루어졌고 예수는 그의 믿음을 칭찬하셨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굳은 믿음을 가지고 청한다면 주님도 어쩔 수가 없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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