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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꽃은 향기가 천 리까지 미친다고 해서 ’천리향’이라고 불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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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처럼 화관이 크고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라일락처럼 향기가 무럭무럭 솟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기 손톱만치 작은 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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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도 지극히 미미할 뿐이었다.
"쟤 이름이 천리향이래."
다른 꽃들은 그를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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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걸맞지 않은
자기 이름이 늘 불만이었다.
’토끼풀이라든지,
며느리밥풀이라든지,
그렇게 쉬운 이름을 주실 것이지,
이렇게 어울리지 않은
이름을 주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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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잔디가 곁에서 타일렀다.
"하느님께서 이름을 주실 때는
어떤 뜻이 있어서일거야.
기다려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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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었다. 키가 작고, 맨발로 걷는 한 사람이 지나다가 이 꽃하고 눈이 맞았다.
꽃은 순간 저보다도 맑은 그 사람의 눈에서 하늘바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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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손이
다가오는 것을 꽃은 느꼈다.
"나를 꺾으려는 것이겠지.
당신도 별수없는 사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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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그 사람이 갑자기
마음을 돌이킨 것이다.
"꽃 자매여, 미안하다.
하마터면 내 욕심이
널 해할 뻔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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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향기를 모두 내었다.
그리하여 그 사람을 좇아
산을 넘고 내를 건넜다.
마침내 천 리를 떠나온
그 사람한테서는 아직도
은은히 꽃향기가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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