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머리만 아픈 사랑' 과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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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이 [pear] 쪽지 캡슐

2000-04-27 ㅣ No.2969

**알렐루야**

 

 

저에겐, 저희 그리스도인들은 사랑하는데 용기가 너무 많이 부족하다는 죄스러움이 늘 가슴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답니다.

 

오늘...오전 미사를 갔었는데,

행려자 한 분이 저희 성당의 로비 소파에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그 분을 보면서 5년전 생각이 났었지요.

처음 ..

영세를 받고 성당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주일 아침에 성당 주변을 떼지어 배회하고 있는 행려자들을 보면서

저의 이상주의는 제가 그리스도교의 신자라는 사실에 죄스러움을 안겨 주었습니다.

 

교회..........

’모든이’가 함께 모일 수 있어야 하는 곳이 아닌가하구요.

 

..........

이건 어쩌면 제 일생의 영원한 딜레머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으른 거지와 부지런한 부자’  ???????? .........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제쳐두고서라도

가장 보잘 것 없는 이 에게 먼저 베풀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에 토를 달고 또 토를 달아야하는

머리만 가득 커져가는 세상의 어른이 되어버린 저는 언제나 이런 일들로 머리가 너무 아프답니다.

그런데 오늘 너무 좋은 묵상 말씀을 하나 얻었답니다.

 

"이기적인 사랑은 머리가 아프고

헌신적인 사랑은 가슴이 아프다."

 

 

화려한 성당안에서 매일 미사를 하고 지역 교우들을 위해 봉사를 한다구 만사를 제쳐 놓으면서도 가슴이 채워지지 않는 것 같은 공허함은,

아래로 내려 가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이들을 내치고서는 그에 대한 자신에의 합리화때문에 머리가 아파지지요.

그리곤 의례 버릇처럼 하는 말들이,

’사지육신이 멀쩡해 가시구서는.....쯔즈...’ 일 뿐이랍니다.

하지만 어떤 합리화로도 마음 한 구석이 개운해지지 않는 비굴함 같은 건...

저를 아주 괴롭게 한답니다.

 

아까 그 분이 그랬었거든요.

"맨날 말로만 사랑타령하는 이중인간들...."이라구요.

그 이중인간이란 바로 ’저’이겠지요.

 

주님께선 언제나 무조건 우리들을 용서하시고 안아주시는데,

저희들은 언제나 ’조건’을 내세웁니다.

 

세상은....

어쩌면...

문명이 발달하고, 사는 일이 편해지고, 누리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수록..

많이 가지면 가질 수록 늘어나는 쓰레기처럼

버려지고 외면당하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우리들에게 쓰레기 인생처럼 보이는)사람들도 늘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혈연이나 지연에 묶이지 않는 가슴아픈 사랑이란 도무지 무엇일까요?

 

오늘 아침의 머리 아픈 사건을 잊어 버렸었는데,

굿뉴스의 ’따뜻한 이야기’에서 발견한 어떤 이야기를 읽고

어쩐지 이 따뜻한 미담속의 용기에 위로를 받은 듯하여

그리고,

어쩌면 아주 조그만 행위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곳엔 십자가에 스스로 달리신 그리스도의 위대하신 용기가 스며있는 듯해서 여기에 올려 보니다.

 

우리들은.....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닌 일에 너무 수줍어 하고 주저 주저 하는 일이

정말로 정말로 너무 많으니까요......

 

 

너무!!!

횡설수설 했지요..

 

 

푼 글..

끝까지 읽어 보세요.

 

  

****************************

 

 

 

 

< 아직도 세상은 아름답다 >

 

 

 

 

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서는 나를 붙잡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얘. 오늘 오존주의보랜다. 괜히 싸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들어오렴."

 

 

 

공기 중에 오존이 너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사람들의 호흡기에

 

 

 

영향을 끼칠 정도가 되면 오존보의보가 떨어진다면서요...

 

 

 

어쩌다가 마음 놓고 밖에 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무서운 세상이 되었을까요....?

 

 

 

친구와 만나 영화를 보고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기분이 영 께름칙해서 그냥 일찍 집에 들어가려고

 

 

 

친구와 헤어져 버스 정류장 앞에 서 있었습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뿜어대는 매연까지 가세해 정말 숨을 쉬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저쪽 길 모퉁이에서 사람들이 다투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더니

 

 

 

뭔가 부서지는 소리도 나고, 사람들이 몰려가는 등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는게 아니겠어요.

 

 

 

호기심 많은 내가 가만있을 수 없었죠.

 

 

 

얼른 뛰어가서 사람들을 헤치고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곳에서는 서너 명의 단속반 아저씨들이 도넛과 샌드위치를 파는 작은 포장마차를 뒤짚어엎고 있었습니다.

 

 

 

계란이 깨지고, 베지밀 병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도툼하니 맛있어 보이는 도넛들이 아무렇게나

 

 

 

길바닥에 쳐박혀 있었습니다.

 

 

 

한동안은 단속원들에게 사정도 하고 울부짖으며 막무가내로 매달려 보기도하던 포장마차의 주인

 

 

 

아저씨는 모든 것을 포기했는지 그저 멍한 표정으로 땅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왜 그때 저는 주위의 모든 것이 갑자기 정지해 버린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까요?

 

 

 

포장마차에 있던 음식물을 차에 싣기 위해 길 한복판으로 옮기는 단속원들의

 

 

 

손길은 여전히 분주했고, 도로에는 변함없이 버스들이 우악스럽게 달려가고 있었는데 말이예요.

 

 

 

마치 끓고 있는 압력솥 안에 서 있는 것처럼 숨이 막혔습니다.

 

 

 

흙 묻은 도넛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베지밀 병들이 오존주의보보다 훨씬 더 사나운

 

 

 

경보를 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하는 짓일텐데 그사람 이제 그만 괴롭혀요."

 

 

 

갑자기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한참을 주저하다 나선 모양이었습니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중 몇몇이 조그만 목소리로 그 아주머니의 말에 동조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에 놀랐는지 단속반 아저씨들의 손길이 좀 멈칫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한 50대 아저씨가 뚜벅뚜벅 걸어나오더니

 

 

 

길바닥에 뒹굴던 베지밀 세 병을 주워들었습니다.

 

 

 

그리고 멍하니 서 있던 주인아저씨의 주머니에 지폐 몇 장을 밀어넣고 돌아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마치 그제서야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까 소리쳤던 아주머니가 우유 몇 봉지를 집어들고

 

 

 

주인아저씨에게 돈을 지불했습니다.

 

 

 

이어서 아기를 업은 새댁이 삶은 계란 몇개와 바닥에 떨어지지 않은 도넛 몇 개를 샀습니다.

 

 

 

그 후에는 줄을 지어서 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할아버지는 주인아저씨의 어깨를 한참 두드려 주다 가시기도 했습니다.

 

 

 

저도 우유 한 봉지를 사들고 그 자리를 빠져 나왔습니다.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제 마음이 얼마나 상쾌했는지 굳이 말해야 할까요?

 

 

 

얼른 집에 가서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오존주의보보다 더 센 것을 발견했으니 세상은 충분히 싸돌아다닐 만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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