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빨래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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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근 [sylver] 쪽지 캡슐

1999-10-20 ㅣ No.952

 

 

결혼하기전에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걸

결혼한 후에 하게되는 것이 몇가지 생기게 마련입니다.

(물론 어머님이 보시면 섭섭하시겠지만.....^>^;;)

 

빨래도 그중 하나인데 그역시 결혼전에는 해본적이 없던것....

물론 빨래라고 해봐야 세탁물을 모아서 세탁기에 넣고 자동으로 안내되는 코스를 밟을 수 있도록 스위치만 넣어주면 되는 일.....흠...

 

헌데 요즘 빨래는 하는것 보다 사후 처리가 더 많은 일인것 같습니다

빨래가 다되었다는 세탁기의 경보음에 맞춰 세탁기 뚜껑을 열면

그안에는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꼭짜여진 빨래가

잔뜩 웅크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엇그제 결혼후에도 몇않되는 횟수의 빨래를 한번 하는데...

 

예전 결혼초에는 나와 아내의 빨래만 있었기에

여지옷은 이렇게 생겼구나 하는 정도의 호기심과 재미정도로

약간은 힘든 빨래 너는 일을 이겨왔는데

 

아이가 둘이 되니 빨래의 3분의 2가 아이들 옷이 됐습니다.

큰아이의 청바지, 조끼, 하얀 면티, 곰인형과 바니토끼가 그려진 빤쯔^^;;

그리고 둘째 우리(제 둘째 여식의 이름이 강우리입니다. 이쁘죠 ^*^)의

옷은 모두 손바닥만합니다.

 

베란다의 빨래걸이 앞에서 아이들의 옷을 정성스럽게 펼쳐서 널고 있으려니

제 맘이 좀 이상해지더군요

 

내가 아주 어릴때 밖에서 둥굴다 들어오면 더러워진 옷을 보고 잔소리를 하시던 어머님이 생각나고...

어머님 보시기에 제 옷이 커보였을까요? 아님 작아보였을 까요?

성당에서 성탄준비 때문에 밤을 새고 새벽에 들어오는 아들이

담날 나갈때 혹시라도 갈아입는것을 잊을까 머릿맡에 놓아주시던 속옷을 개시면서

어머님은 어떠 ㄴ생각이셨을까요?

 

진짜,

태어난지 넉달정도 된 아가의 웃도리는 어른의 손바닥 만합니다.

얇은 면에 공누 그림이 새겨져 있고 ,

빨래를 아무리 하고 삶아도 빠지지 않는 아기 분유냄새...

 

네살된 아들놈의 청바지에는 먹다 흘려 엄마에게 혼난 과일국물자국이 있고

그넘의 양말에는 강아지의 얼굴과 귀가 달려 있지요...

 

제가 요즘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베란다 한켠에서 해봤습니다.

전 행복한것이겠지요!

 

여러분도 행복합시다! "우리아빠 - 실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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