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궁상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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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monaca] 쪽지 캡슐

2000-01-06 ㅣ No.1475

오늘은...눈이 비로 바뀌어버린 씁쓸한한 하루를

 

온종일 혼자 다니며 궁상을 떨어본 날입니다.

 

그렇게 벼르고 벼르던 러브레터라는 영화를 혼자 보고...

 

혼자 번잡한 거리를 여기 저기 기웃거리고...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키를 안 가지고 왔음을 깨닫고는..

 

혼자 게임방에서 놀다가..

 

무작정 다시 지하철을 타고 목적 없는 역으로 갔던...

 

친구를 불렀을 수도 있고..동생에게 연락해서 집에 들어갈 수

 

도 있었을텐데

 

혼자 영화를 본 감흥에 젖어 있어서인지, 비가 와서인지..

 

털어놓지 않은 영화의 여운과, 편하고 따뜻한 집에 당장 들어

 

갈 수 없고, 당장 마땅히 맘 편하게 쉴 곳이 없다는 당혹감과,  

 

혼자 있을 때의 불안함과, 비가 오는 날씨의 우울함과, 그저

 

혼자 있다는 것 만으로 이런 이상한 기분이 되어 버리는 것에

 

대한 우스음과, 그러나 이 모든 복합된 기분이 주는 야릇한 평

 

안함과 여유로움에 그저 잠자코 혼자 있었습니다.

 

그런 기분이란건...힛..참 이상하던데요...

.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없음은...

 

오히려 옆에 누군가가 있을 때 보다 더 주위를 살피지 않게

 

되고 오로지 제 생각에만 골몰해 있게 하더군요.

 

중학교 때던가...아....초등학교 때도 종종 그런 일이 있었어요..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거울을 보지요...뚫어지게 봅니다...그리고 거울속의 나에게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집중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세 묻습니다. "이게 나야? 너가 나야?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내가 여기 보이는 나야?"

 

처음엔 핏..당연하지..라고 생각하지만..이 생각을 되풀이 하고.

 

거울을 뚫어지게 볼수록 무슨 최면처럼..점점 확신이 없어지다

 

가. 내가 분리되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되어버립니다.

 

생각하는 나와, 보이는 나...

 

그러면 금방 기분이 이상해져버려서 휙휙 고개를 흔들고

 

정신을 차립니다. 그러면 역시 다시 나는 익숙한 모습의 내가

 

됩니다.

 

오늘은 거울은 없었지만..그렇게 혼자의 이런 저런 생각에

 

골몰해서 다니다가 문득..걷고 있는 내가 인식되었습니다.

 

생각하고 있는 내가 인식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센치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내가 인식되었습니다.

 

이 연약하기 짝이 없는  육신이라는 것 안에서 생각하고 느끼

 

고 있는 내가 무의식중에건 의식중에건 내 몸을 움직일 수 있

 

다는걸 문득 알았습니다. 뇌의 판단력과 명령, 신경 세포에 의

 

한 감각 수용과 근육으로의 중추신경계의 명령 전달... 생물 시

 

간에 배운 이런 것들로 운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대충 알

 

게 됬지만..  움직일 수 있다는건...생각이라는 무한하고 무형인

 

것과 몸이라는 유한하고 유형인 것이 이렇게 연결 되어 있고...

 

서로를 수용할 수 있다는 건...어쩌면 그런 과학적인 설명으로

 

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서로 분리된 세계를 함께 담을 수 있고...존재할 수 있는건..

 

그게 나 안에서 하나가 되는건..

 

우리가, 내가 살아 있다는건.....

 

그건... 기적이 아닐까요?

 

오랜만에 다시 그 분리되는 이상한 기분에서

 

지금의 생각하는 나와, 움직이는 나는 따로따로지만..

 

그것이 이렇게 하나로..연결되어 있음으로 인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문득..느낀건..

 

기적으로밖에는 표현이 되지 않더라구요..

 

힛...이런 말 하니까 무슨 정신분열증 환자 같기도 하고..

 

망상증 같기도 하지만..^^;;

 

바보같은 기분으로 궁상을 떨다가 갑자기 살아 있음을

 

기적이라고 생각해버린 황당한 제가

 

주님 보시기에 어떨는지는 모르지만...

 

언제나와 같은 일상에서 삶의 소중함에 무디어질 때..

 

혹은 다른 사람의 삶을 함부로 나의 잣대로 평가하려 할 때..

 

훗날 언젠가 내 삶의 가치를 비하하고, 그 가벼움에 절망할 때..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나 자신을 끊임없이 미워하게 될 때..

 

지금 살아 있다는 기적을 베풀어주신 당신께...이런 갑작스런

 

감동으로 감사드리는...다시 곧 일상속에 묻혀버릴 제 이 기쁨

 

을 기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당신께서 허락하신 이 기적을....

 

언제나 가장 고귀하고, 소중하게 느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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