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깍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른 강물이었음 좋겠어.
-도종환-
==============================================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꽃이 부럽네요... 그래요.. 가끔은..사람이기 보다는.. 자연의 꽃이 되고 싶어질때가 있지요.. : 그저..잘 가꾸어진..그런 것들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자구요... 그렇게 생각하니..기분이 좋아지네...
행복하세요^^ 제가 좋아하는 시 입니다. 사람들이 다들 위만 보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고개숙여 가끔은 아래를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싶네요.
시를 사랑하는 쏘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