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인쇄

김소영 [sso-long] 쪽지 캡슐

2000-10-05 ㅣ No.4573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깍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른 강물이었음 좋겠어.

 

 

-도종환-

 

 

==============================================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꽃이 부럽네요...

그래요..

가끔은..사람이기 보다는..

자연의 꽃이 되고 싶어질때가 있지요..

:

그저..잘 가꾸어진..그런 것들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자구요...

그렇게 생각하니..기분이 좋아지네...

 

행복하세요^^

제가 좋아하는 시 입니다.

사람들이 다들 위만 보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고개숙여 가끔은 아래를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싶네요.

 

시를 사랑하는 쏘롱*^^*

 



7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