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오늘이 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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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angelori] 쪽지 캡슐

1999-04-20 ㅣ No.435

한때 청년성가대 단장이었고, 바로 前前 청년회장이었던 성헌오빠의 아버님이 그제 돌아가셨고 오늘은 발인입니다. 잠을 못자서 많이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반가운 얼굴,목소리(^^;;) 그대로였구요..이제 막 5개월이 되었다는 오빠를 닮은 아가도 만나고 왔습니다. 교사회처럼 OB모임이 따로 있었던것도 아니고, 발표회든 MT든 무슨 중요한 행사가 있어도 우연히 알게되거나 할때쯤 되지않았냐는 질문을 하고서야 간신히 일정을 알고 격려의 말이나 전해왔던 못난 선배들이었기에 한참간 연락없다가 오빠 아버님이 돌아가시고야 서로 얼굴을 보게 되더군요. 그와중에도 성헌오빠를 알기는 알았을까? 싶은 교사회의 미교도 와주었고, 첫날 빈소가 너무 썰렁하다는 이유로 중간고사 과제제출은 앞두고도 정명이가 이틀내내 왔었고,일주일내내 아가가 아파서 고생중인 현민과 건웅오빠도 다녀갔고, 형욱이는 영화를 보던중에 연락을 받고 바로 뛰어왔죠.. 바쁜 회사일로 절절매던 인근과 소연,그리고 너무 피곤해서 얼굴이 붓고 상한 상민오빠..감기로 연도하는 내내 콧물을 훌쩍거린 단장 민정이..듬직한 근오가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이사람들이 제가 보았고,들었던 사람 전부입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찾아주신 문정동 어른들이며, 전혀 모르는 이의 빈소임에도 찾아와 연도를 바쳐주신 청담동교우들의 모습속에 우리 청년들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누가 찾아와서 '성헌이를 아는 사람이 정말 이것뿐이야??'라고 다그친것도 아닌데 너무 무안하고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부모님도 아니고 외할버지의 부고에도 찾아와 이틀밤을 거의 꼬박 같이 세워주고 손님상을 차려내고,치워주고..장지에서의 운구까지 도맡아서 저의 친척들을 성당으로 자연 이끌어주던,저를 성가대에 오래도록 꼭꼭 잡아매주던 그 얼굴맑았던 청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요즘같은 세상에 친하지도않고,이름도 모를 사람의 경조사를 다 챙기고 어쩌고하는 일은 일면 어리석고 과도한 부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문정동뿐아니라 우리네 성당교우들의 정리가 어디 그랬던가요? 생판 모르는 사람의 상가라도 동네별로 찾아가서 문상드리고,연도바쳐주고, 뜨뜻한 국한그릇 얻어마시고 오는게 우리 정이었고 이웃사랑 표현이 아니었습니까.. 그저 이런 분위기 참 좋구나~ 하고 흥흥거리고 있었을뿐 그런것들을 후배들에게 한번 적극적으로 나서 전하고, 선배님들 챙겨보고 연락하고 하는 일들은 그저 나아닌 딴사람이 해줄줄로 알고 지내왔던게 그저 아쉽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탓이고, 또 다른후배들의 선배가 될 여러분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청년성가대...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바쁠듯한 그 일상을 쪼개가면서 왜 나가고 있습니까..? 일주일에 두번씩이나 만나 하는 연습이 설마 전공자 뺨치게 노래 잘한다고 신자들의 박수갈채나 무슨 예술상을 받으려는 것은 설마 아닐것이고... 생판모르는 이웃집 상가보다도 한때 함께 연습하고,함께 지내왔던 선배의 어려움이 멀게 느껴진다면 무슨 조화로 일치를 이룰수있을까요... 단언컨데,기계적인 연습과 각자의 흥에만 겨워 나오는 소리는 그아무리 기교가 뛰어나본들 신자들과 그분의 마음엔 소음이상 아무것도 아닐것입니다. 성경공부도 그어느때보다 자발적으로 열심이었고, 새벽미사며 성체조배며 다른 누구보다 적극적이어서 그저 대견하기만 했던 후배님들이었기에... 많이 당황했습니다. 영성적으로는 많이 성숙해지려고 노력하는 후배님들이 왜 힘겨워하는 더어린 후배들이나 선배들은 돌아봐지지 않는건지... 아쉽기만합니다.. 그렇게나 바빠죽겠다고 난리를 치던 그 소중한 시간을 쪼개서.. "너희들 도대체, 왜,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거니??" PS.다른 성당활동을 하는 모든 청년들에게 같은 문제이고 저또한 마찬가지일텐데 성가대만 콕 찍어 얘길하다보니.. 미안하고 또 마음이 아픕니다... 막역한 애정표현이려니 생각하고 용서하사이다... 글고 성헌오빠를 아예 모르는 아가들을 제외한 내 이쁜 노땅후배들.. 처음 너희가 들어왔을때 큰나이 차이도 아니면서 '아가야~'하고 뽀듬어 안던 기억이 난다. 나도 지금껏 잘해온것 하나도 없지만 너희들만큼은 그렇게 부끄럽고 민망한 모습 보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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