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깜.복.기 4/23(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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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3-04-23 ㅣ No.2797

나해 부활 팔일축제 내 수요일

 

복음 : 루가 24,13-35

 

                        뒤늦게 깨닫는 사랑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모의 도움을 받고 성장하게 됩니다. 부모의 도움을 받을 때는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머리로만 알지 가슴으로는 느끼지 못합니다. 저 역시도 부모님의 사랑을 아주 늦게서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날, 주섬주섬 짐을 챙길 때 십자가상을 쥐어주시며 "어려서부터 십자상을 선물로 많이 받더니 네가 십자가를 지고 가게 되는구나"하며 책가방에 십자상을 넣어주시던 어머니! 신학교까지 바래다주시고 축 쳐진 어깨로 발을 되돌리시며 뒤돌아보지 않으시던 어머니! 아마도 못난 아들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였을 것입니다. 평소 무뚝뚝하셔서 쑥스러워하시며 "마지막이니 이 아버지랑 악수 한 번 하자"고 제의하시던 아버지! 저는

그 때 처음 아버지의 손을 잡아 보았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참 거칠고 남자다운 손이었습니다. 4학년 때 본당 신부님께 고백하는 것을 들었는데, 아버지는 그 때 두 자식(누님은 제가 입학하던 그 해 봄에 결혼하셨거덩요)을 모두 출가시켜 참으로 힘드셨다고 합니다.

저는 이 두 분의 사랑을 통해 우리를 사랑해 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두 분은 제게 하나의 성사였습니다.

 

오늘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는 자신들의 이야기에만 열중해 있었기에 주님을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뒤늦게 주님의 현존을 알아차립니다. 제가 뒤늦게 부모의 사랑을 깨닫듯이 말입니다. 당신의 현존을 알려주는 문자(상징)를 매일 저에게 날리시는데, 저는 그 문자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바보같이도...

 

우리가 눈을 뜨고 사물과 사건 안에서, 삶 속에서, 사람들 안에서 살아 계신 예수님을 뵙는 기회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이 어둡고 '나'로만 가득차 있으면 눈이 멀어 알아뵙지 못할 뿐입니다.

 

다시금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오늘 하루 (마음의) 눈을 정말 크게 떠야 되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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