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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별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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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섭(시메온) [webpoet] 쪽지 캡슐

2002-01-26 ㅣ No.2980

굿뉴스에 글을 남겨 보는 것도 오랜만이군요.

제가 다른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인데, 여기에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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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의 종소리를 들은지도 벌써 26일째군요.

새해에 세우셨던 계획들은 잘 진행되고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공개하기는 조금 그랬는데, 저의 작은 신년 목표를 공개해 보겠습니다.

술 덜마시기, 담배 덜피기, 살빼기,공부열심히 하기, 일주일에 책 한권읽기 등등을

세워두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잘 이루어지고 있는데, 보다 더 노력을 해야 겠습니다.

 

그저께 퇴근할 때 지하철에서 있었던 작은 일을 옮겨봅니다.

그날은 사람이 없던터라 앉을 자리가 많았습니다.

회사 동료와 방향이 같아 함께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갔습니다.

그 친구는 토라진 여자친구를 달래주러 간다고 했습니다.

얼마가지 않아 전화를 받고 내리더군요.

그 다음날 얼굴을 보니 밝아진 것 같길래 속으로 " 잘 달래준 모양이군."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암튼, 그렇게 인사를 하고 습관처럼 책을 펼쳤습니다.

한강을 건널무렵 제 무릎에 낮익은 종이하나가 던져졌습니다.

바로 구걸을 위한 종이.

언제나 있는 일이라 별로 신경이 안쓰였는데, 그날은 이상스레 눈길이 갔습니다.

조금 지켜보았습니다.

그분의 생김새는...

뭐랄까 ? 키는 작고 여자같은데, 약간 부족한 상태의 모습이랄까 ?

뭐 그런모습 이었습니다.

그리고 뭐라고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소리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문득 주머니에 손이 갔습니다.

손에 잡히는 건 500원짜리 하나와 100원짜리 두개.

그리고 크기가 큰 동전하나를 꺼냈습니다. 그런다음 500원인지 확인하려고 동전을 보았구요.

그런데, 동전을 만지작 거릴수록 이상스레 미안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동전이 더 있었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500원짜리 하나만 꺼낸것과 천원짜리도 있는데 동전을

낸다는 게 자꾸 걸렸습니다.

그런 생각이 잠시머물때 쯤 그 분이 벌써 제앞에 와있더군요. 건네준 쪽지와 500원을 건네면서

불현듯 ’죄송해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분은 500원을 받아 들고 자신의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려 뒤적였습니다.

갑자기 귤하나를 꺼내더니 손을 잡고 입으로 대면서 먹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횡하니 사라졌습니다.

저는 말문이 딱 막혔습니다. 눈물 흘릴 뻔 했으니깐요.

마치 제 속을 다 들킨 것 같았습니다.

건네준 귤을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가져와 가슴속에 넣었습니다.

 

저는 " 어쩜 그 사람이 천사가 아니었을까 ? "

"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내게 가르침을 주시려고 일부러 나타난건 아닐까 ? " 하고

생각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 내것이다 " 라는 울타리는 점점 넓어 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욕심 또한.

그러면서 잊어 버리는 건 " 나 아닌 타인 " 이 아닐까 합니다.

배려라는 좋은 말을 알면서도 그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결국 함께 사는 사회인데 말입니다.

지하철에서 만난 천사님의 큰 가르침으로 새해 계획에 하나를 더 추가했습니다.

그것은 제가 평생가져가리라고 마음먹었던 것인데 잠시 잊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젠가는 죽을 것입니다.

만약, 이세상의 기억이 허락한다면 그 분을 꼭 만나 "인사를 드려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과 함께 천국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게 기도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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