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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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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박 [ad1004] 쪽지 캡슐

2002-03-16 ㅣ No.3141

 

 

결혼에 대하여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국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사랑스레 깍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또한 상대를 닮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글로리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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