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축복의 땅은?-순례의 여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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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철 [ch033] 쪽지 캡슐

2000-07-21 ㅣ No.1633

 


 성지 순례중 느낀 바를 모니카에 이어 개별 상황에 대한 이야기로 올린다.

 

 순례여정 중 이해가 가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베두인족 이었다. 구약 에 나오는  모세는 이집트 파라오를  피해서 미디안 땅으로 도망쳐가 그 곳의 사제의 딸과 결혼해 숨어 살았는데 이들이 베두인족이라는 말이 있다.  40도를 넘는 따가운 햇볕과 끝도 없는 사막 벌판에 어쩌다가 보이는 나무 몇 그루가  있는 곳,그 곳이 소위 오아시스라는데 3천3백년이나 지난  현대의 베두인 후손들은 여전히 그런 곳으로 옮겨 다니며 목축을 하며 살고 있다. (내가 상상했던 오아시스는 더 풍요로왔고 물이 넘치는 곳이었는데 생각처럼 그런 오아시스는 구경을 못했다.)

 아뭏든 그런  오아시스마저 없는 데에서도 그들은 낡은 천막을 치고 열사 아래서 살고 있었다. 유럽에  집시족이 있다고 한다면 이들은 중동의 집시족과 같이 유랑생활을 하며 사는 셈이다.

 어떻게 그런 황량한 사막에서 물을 찾아내어 사는지, 계절이 더운 때라서 그런지 몰라도   둘러 보아도 풀밭은 보이지 않는데 목축으로 살아 간다 하니  그들의 삶이 불가사의하기만 해 보였다. 그들은 주로 사막지대에 산다고 하는데 내가 지나온 이집트와 이스라엘에서 그런  베두인들이 많이 보였다.

 

  관광객이 탄 버스가 도착하면 베두인 아이들은  손으로 만든  물건들을 가지고 까맣게 차 주위로 몰려 나와 팔려고 했다.우리나라 초등학교 1-2학년쯤 되는 어린이들이 주로 작은 악세사리 같은 것들을 들고 "원 달라"를 외치며 따라 다녔다. 간단한 것을 기념으로 샀지만 자기것도   사 주었으면 하고 따라 다니던 다른 여자 어린이들의  초롱한 눈망울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아 괜히 죄를 진 것 같아 마음이 한동안 불편했다. 또 볼펜을 달라든가 혹은 햇빛을 가리기 위해 쓰고 있는 타월을 달라든가하는 아이들도 있어 값싼 볼펜이나 연필이라도 가져 왔더라면 이들에게 줄 수 있었을 걸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베두인들은 국가에서 집단으로 집을 지어 주며 같이 살게 해도  마다하며 그렇게 자유로운 유목 생활을 한다한다. 우리가 배운 자유의 의미는 이곳에서는 구속을 싫어하는,그야말로 자연 상태의 삶의 유지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듯 했다.

 

베두인들의 척박한 삶과  환경을 보면서 우리가 살아 가고 있는 이땅은 그야말로 부족함이 없는 축복의 땅이란 생각을 했다.사계절이 있고, 비와 눈이 적당히 내려주고  강과 산과 바다가 있고,냇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고, 풍부한 물자가 있고,사는 집이 있고..

하여간 그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풍요로운 곳인 것이다.너무 많은 물질의 축복과 은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동안 그것을 느끼지 못한체, 감사하지 못한체 살아 온 것이 부끄러웠다.

 

 그렇다. 우리는 항시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라"(1데살로니카 5장 18절)는 성경의 말씀을 입으로만 되 뇌이면서도 이런 비교적 상황에서만 조금씩이나마 깨닫게 되니 우리가 일상의 생활 속에서 얼마나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려고  하는 노력이 부족한가? 그렇게 많이 받고 살고 있으면서도  모른체, 또 알더라도 당연한 체 살아오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을 해 보았다.

성지 순례가 너무 종교적 의미로 엄숙한 것도 부담이 되겠지만 너무 관광 위주로 흐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평소 가지고 있었는데 일상의 생활에 대하여도 깨닫고 반성하게 했다는 점에 대하여 좋은 체험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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