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오늘이 만우절이래요. 기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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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04-01 ㅣ No.1732

새벽미사를 마치고 사랑하는 청년 벗들과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방에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데, 원장 수녀님께서 한 말씀하셨습니다.(2층 수녀원, 3층 제 방, 4층 주임신부님 방이기 때문에, 제방에 가기 위해서는 수녀원 앞을 지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수녀원 현관을 조금 지나치자 갑자기 수녀원 현관 문이 열리면서 원장 수녀님께서 저를 부르시는 겁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넘길 수 없는 기막힌 음모(?)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단순한 저는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바보처럼)

"신부님, 아침 식사 하시고 오는 길이예요?"

"예"라고 대답했지요.

수녀님께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아까 신부님 집에서 전화가 왔는데, 신부님이 청년들하고 식사하러 나가신 것 같아서 대신 받았어요."

조금은 이상했죠. 집에서 전화가 왔었다니까 '왠 일일까?'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제가 다시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수녀님 방에서 제 전화를 어떻게 받아요?"

수녀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 신부님 방으로 온 전화를 댕겨서 받았어요."

성당 전화는 국선과 내선이 함께 있기 때문에,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 방으로 가자마자,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조카가 받았습니다. 조카와 간단하게 반가운 인사를 하고 할아버지(저의 아버지)나 할머니(저의 어머니)를 바꿔 달라고 했지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두 분 다 저에게 전화를 하신 적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안부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죠. 혹시 동생이나 형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9시에 장례 미사를 하고 나서 원장 수녀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수녀님께서 아주(?) 반갑게 말씀하시더군요.

"신부님, 집에 전화해 보셨어요? 혹시 하지 않으신 거 아니예요."

"아니요, 방에 가자마자 전화를 했지요. 그런데 저한테 전화 하지 않으셨다고 하던데요."

제가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수녀님께서 웃으시던군요. 화창한 오늘 날씨같은 웃음말이예요.

"오늘, 만우절이쟎아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크, 당했구나. 아침 먹다가는 주영이에게 당하고.'

그래도 기분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녀님 말씀이 참 기쁘게 다가왔습니다.

"신부님, 집에 전화도 잘 하지 않으시잖아요. 이렇게라도 안부 전화 하니까 좋지 않아요?"

수녀님 덕분에 간만에 집에 전화도 하고, 부모님과 귀여운 조카 녀석과 인사도 나누고 좋았습니다. 만우절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일 겁니다.

사랑담긴 거짓말이 기쁨을 줄 수 있는 오늘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사랑담긴 거짓말 하나쯤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네요. '게시번호 [1728] 형철이의 기막힌 제안(거하게 술 한잔 사겠다는 제안 말입니다.)이 혹시 만우절用이 아닐까?' 밑져야 발만 아픈 거니까 시간 되시는 분들은 나가보세요.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 말 그대로 화창한 오후입니다. 날씨만큼 기분 좋은 주말이 되시길 바랍니다. 모두 내일 성당에서 기쁘게 만나요.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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