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새해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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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웅 [sewoongoh] 쪽지 캡슐

2000-01-07 ㅣ No.838

새 천년이 시작된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습니다.

새해의 화두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처럼 "希望"이고 살아가는 가운데 조금씩 빛이 바래고 아쉬움 속에서 또 다시

시작되는 새해에 다시 다짐해보는 반복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요즘에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의 강의를 빠지지 않고 듣고 있는데, 학창 시절 열심히 배웠으나

우리 주위에서 퇴색해 가고 있는 한자문화에 속하는 老子의 東洋哲學의 강의는 자본주의에 입각한 서양의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 매우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새 천년을 맞이하여 주위에는 디지털 혁명이니 빛의 속도로 세상이 변한다느니 요란합니다.(실은 저도 그 중에 한사람이지만) 그러한 빠른 변화 속에서도 人性의 근본은 변화되는 것이 아니고, 그러한 인성을 지키는 것이

종교이고 철학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며칠전 漢學을 강의하고 있는 가난하지만 항상 마음은 부자인 친구로부터 율곡 이이 선생이 중국의 명시들을

편찬한 精言妙選을  譯注한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시류에 편승하여 여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저에게는 아주 귀중한 선물이었습니다.

그 책에 소개된 것들 중 몇 장 읽어본 詩중에서 도연명(陶淵明, 365~427)의 飮酒六首 중 학창시절 배운바 있는

아래의 걸작을 교우님들과 같이 감상하고자 합니다.

 

結廬在人境          마을에 초막을 지었으나

而無車馬喧          오가는 수레와 말의 소란함은 없네

問君何能爾          어찌 그대는 그럴 수 있는가?

心遠地自偏          마음이 고원하고 터가 변두리이기 때문이네

採菊東籬下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따는데

悠然見南山          유연히 남산이 보이네

山氣日夕佳          산기운 석양에 더욱 곱고

飛鳥相與還          나는 새는 서로 함께 돌아오네

此中有眞意          이 가운데 참된 뜻이 있으니

欲辨已忘言          말하고자하나 이미 잊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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