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멋진 배낭여행-3] 태국

인쇄

장정대 [changjhon] 쪽지 캡슐

1999-10-22 ㅣ No.1038

    ◎세계인과 대화하는 배낭여행 3회 {방콕의 첫 밤)

 

  -The more you talk, the more you are satisfied.-

  (대화를 많이 할수록, 더 많은 만족감을 얻는다.)

 

새벽 2시 30분. 드디어 숙소를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 벨을 눌러도 반응이 없다. 하긴 이 시간에 찾아올 또라이들을 위해 잠 안자고 있다면 그야말로 진짜 또라이지. 궁하면 통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으~음....

 

Strange to say,(이상한 얘기지만) my thinking and acting was just like childish.(유치한)

 

***가장 똘똘한 특수 요원 중 한 녀석을 차출하여 잠입시킨다. 그리고 나바론 요새에 버금가는 이 철통 대문을 폭파시켜 버리는 거다. 물론 최첨단의 원격 조정 장치가 부착돼 있는 헬멧을 머리에 씌운다. 드디어 작전 개시. 담을 넘는다. 소리도 빛도 없이 움직이는 우리 특수 요원은 적의 레이다 망에도 안 걸린다. 작전 개시 59초만에 철통 대문의 열쇠 암호 번호를 입수, 해독에 성공! 그 육중한 0.5 Ton 에 가까운 철문이 스르르 열림과 동시에 우리 요원들은 날렵하게 잠입 성공한다. 소요 시간 1 분에 작전 완료!!! (하 하... 그 상황에서 첩보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본 것임.)***

 

It was you know very hard for me. I didn’t know what to do. (어떻게 할지)How could I solve this problem. You can imagine what did I look like under that kind of situation.(그런 상항에서) Wooo, it was terrible for me. I’ve never had this kind of experience before. Did you?

 

엉성한 철대문이지만 꿈쩍도 않는다. 이곳의 치안문제도 짐작할 만하군. 그나저나 이렇게 밤셀 수는 없는 노릇. 내 체면도 체면이지만, 아저씨 어떻게 해보라는 재숙이의 무언(無言)의 압력에 굴복... 일은 자기가 저질러 놓고, 결정적인 순간인 담넘기는 나의 몫으로 돌려, 으음~ 하여간 똑똑해. 옛날 군생활 할 때 특히 유격훈련 중 야간 담력이나 산악 훈련을 마다하지 않은 난데, 이까짓 쯤(소영웅 심리 발동)이야. 당장 실시하여 가볍게 성공했다. 그러나 잠겨 있는 현관문은 어떡한담. 대책이 없네. 뛰어 넘는 것도 아니고. 으~음, 낭패로군. 이리저리 살피다 왼쪽으로 난 좁은 통로 하나를 발견, 살금살금 따라 들어갔다.

 

조그만 문이 하나 있다. 혹시나 하고 당겨 보니 열린다. 일종의 부엌문이다. 부엌이래야 뭐 손바닥만했다. 부엌은 거실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일단 들어가고 본 것이다. 배낭을 마루 바닥에 내려놓은 뒤 무단침입죄(無斷侵入罪)를 주인에게 자진 신고하는 훌륭한 한국인?의 모범을 보일려고 이 방문 저 방문을 슬쩍슬쩍(안면방해될까 봐)열어 보았다. 와 어쩜 저렇게들 평화롭게... 자연의 모습 그대로(sleeping like a baby or a log) 일까. 아하, 그래 바로 저 모습이야. 위선의 껍질을 벗겨 낸 너와 나의 참 모습들!

 

이것으로 문안(問安) 인사를 대신하고 우선 눈을 좀 붙혀야 한다. (솔직히 매우 불안했다. 이런 행동이 가능한 건지. 내일 어떻게 설명해야 할건지) 그런데 우리 재숙이는 신경 뚝이니, 도대체 내가 배짱이 없는건지, 재숙이가 겁이 없는 건지 계속 헷갈린다. 암턴, 이미 엎지르진 물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넓지도 않은 마루바닥(4~5 평 정도) 공간의 한 쪽엔 20년쯤은 됨직한 일제 냉장고 sanyo 가 녹슬은 채 왱왱 거리며 힘겹게 돈다. 우리 한국산으로 대체하라고 권해 봐야겠다.

 

실제로 다음날 주인에게 얘기를 해보니 역시 예상대로 한국산 중고 가전제품에 대한 인식이 없다. 참으로 답답하고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걸을 때 우리는 뛰어도 시원찮을 텐데 이건 어떻게 된 판인지 대부분의 분야에서 -해외에서 보면 숲과 나무가 동시에 보임- 그들이 뛸 때 우리는 기어가는 꼴이니, 사실 해외 배낭 여행에서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우리의 경쟁력은 미력(微力)하기 짝이 없다. 후기에 실예를 들 것 임.

 

또 한 쪽엔 엉덩이만 붙여도 삐걱되는 긴 쇼파가 놓여 있다. 그 쇼파가 놓인 오른쪽 모퉁이엔 불교의 나라임을 증명하듯 자그마한 불상(佛像)을 정성것 모셔놓은 일종의 가족 불당(佛堂)이 온화(溫和)한 분위기를 더해 준다. 아직 단정하긴 무리가 없지 않으나 이곳의 생활 형편을 굳이 비교해 보자면 우리의 70년대가 될 것 같다. 부정적 견해(見解)에서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시절에 느꼈던 소박한 온정의 손 때들이 곳곳에 묻어 있던 사물들을 떠올리며 옛 시절을 그리워해서다.

 

맨 마루 바닥에 드러눕자마자, 아이구, 웬 왕모기 떼들이 쉴새없이 총공격을 해대는지 신체의 어느 부분도 노출시킬 수가 없었다. 다시 양말을 신고 긴 바지에 긴팔 샤스를 입을 수밖에. 얼시구, 이제 얼굴에다 집중 사격을. 안되겠다 얼굴도 뒤집어쓰자. 아무래도 요놈들이 내가 비행기내에서 먹은 맥주와 고기 냄새를 맡고 거의 이성(理性)을 잃었음이 틀림없다.

Those mosquitoes in Bangkok(방콕의 모기들은) were really super ones. Monster like(괴물같은)  mosquitoes they were! They even attacked me  under the cloth I wore which was thick such as blue jin.(두꺼운 청바지를 입었는데도 물어뜯었다)

 

아이구, 내 팔자에 웬놈의 술에 고기람. 그래 그래, 다 뜯어먹어라 다 뜯어먹어. 완전히 자포자기(自暴自棄)에 들어가는 순간, 재숙이가 배낭에서 모기향과 몸에 바르는 모기약까지 꺼내 주지 않는가. 와, 놀랬다. 저 완벽한 준비성! 요놈의 왕모기들아, 놀랬지. 요것이 바로 빈틈없고 야무진 자랑스러운 한국의 딸들이란다. 썩, 물러들 가거라.

 

그나저나 눈 붙일 짬이 없으니. 왜냐구? 생각 좀 해보게, 잠이 오겠나. 모기약과 모기향, 그 독성(毒性)의 강도(强度)로 말할것 같으면 타의추종(他意追從)을 불허하는 세계적인 한국의 제약기술?인데, 문제는 이에 정면 도전하는 가미가제식 왕모기 떼들이란 말일세.(아마 인석들이 일본 배낭족들의 피를 과음했나 봐)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죽기를 각오하고 가미가제식 자살공격을 해 대겠어? 아니 근데, 재숙이는 어느새 꿈나라에서 홍얼홍얼 대고 있네..., 도대체 뭘 믿고 저토록 태평스럽지. 한 참 부럽기도 하고... 하여간 장수할 형이야, 무병 장수하겠어.

 

나만 외로이 승산(勝算)도 없는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 에라, 잠자는 건 포기다. 온 몸에 뒤집어 쓸 건 다 쓰고나니 정말 한증막보다 더 했다. 눈만 겨우 빠끔이 내놓으니 보이는 건 하얀 천장이 전부다. 마치 벽면을 마주보고 좌선(坐禪)에 전념하는 수도승(修道僧)처럼, 나는 와선(臥禪)-이런 말이 있나 없나 모르겠지만- 하는 마음으로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밝아 오는 아침의 방콕 모습을 그려보고 있는데, 뭔가 금지 손가락 만한 것이 천장에 붙어 슬금슬금 기어오더니 바로 내 얼굴 위에서 멈추는 게 아닌가. 금방이라도 내 얼굴에 떨어질 것만 같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느새 대여섯 마리가 모였다. 꿈쩍도 않고 내려다본다. 도마뱀들이었다.

 

녀석들 눈 주위엔 빨강 색을 띠는데 마치 붉은 안경테를 쓰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뭘 보겠다고 저렇게들 잠도 안자고 모여들어 뚫어지게 내려다보는 거야. 녀석들 저렇게들 천장에 거꿀로 메달려 침을 흘리고있는 꼴이란. 아니 뭘 기대하는 거야 도대체, 아하, 알았다.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그걸 보고 싶다 이거지. 잠깐만, 기다려, 뭐 죽은 놈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까짓 것, 열과 성을 다해서? 보여 주지.

 

주위를 더듬더듬, 드디어 손끝에 와 닿는 익숙한 촉감, 33,600 BPS로 신경전달 디렉토리를 통해 대뇌에 접속, 즉각 반응, 행동 개시. 살짝 벗긴다, 소리나지 않게. 이제 몸을 일으킨다,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기회를 살핀다. 조용히 손을 갖다 댄다. 으음, 됐어. 모른 척하고 가만히 있군. 이때를 놓치면 안되지. 나는 조용히 눌렀다. 조준, 바바발~

사,,,,("Ready?   Fire !!!") 번쩍이는 카메라 후렛쉬에 놀란 녀석들, 야유를 퍼붓는다, 휫파람까지 불어대며 "사기다, 사기. 입장료 환불해라, 환불~~~". 어휴, 세상만사 뜻대로 되는 게 있으면 무슨 걱정, 이건 사기가 아니라 기사야, 기사. N.G 한 번 안 낸 기사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다 묵고 살자고 하는 짓이고, 웃으며 즐겁게 살자고 하는 짓이지 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당께. 마따 마따. 그리어 그리어. 하모 하모...

 

방콕에서의 첫날밤은 이렇게 별난 세상 별난 경험으로 나홀로 배낭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적당한 긴장과 불안, 흥분과 초조 그리고 벅차 오르는 내일의 신비한 세계를 맞을 준비를 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Cf: I would like to introduce part of Thai history. Since there is no written records of chronologies,(연대기) it is difficult to say with certainly what kind of cultures existed among the primitive society of Thailand(태국의 원시사회) before the middle of the first millennium AD.                                                                

▶감사합니다.         <태국 - 계속>        -장 정 대-

 

▶E-mail to: jackchang7@yahoo.com      ◎All rights reserved.

 

◆ 밤은 습관적인 공동생활의 감정에서 떠나게 한다. 불빛 하나 없고 사람의 소리도 전혀 안 들릴 때에 혼자 깨어 있는 자는 고독을 느끼며 혼자 떨어진 자기를 보고 자기 자신에 의지하게 된다. 혼자 피할 수 없는 고독한 처지에 있고 혼자 살며 혼자 고통과 공포와 죽음을 경험하며 참아야 한다는 저 무서운 인간적 감정은 모든 생각 속에 깊이 스며들어 건강하고 젊은 사람에게는 경고가 되며 약한 사람들에게는 전율을 일으키게 한다.

                         <H.헤세>

 

 

 

 

 



17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