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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배낭여행-6]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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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대 [changjhon] 쪽지 캡슐

1999-10-26 ㅣ No.1044

◎세계인과 대화하는 배낭여행 6회 {코끼리 트레킹}

 

- The more you talk, the more they understand Korea-

(대와를 많이 하면 할수록 그들도 한국을 많이 이해한다.)

 

코끼리 발목엔 굵직한 쇠사슬이 묶여 있음을 본다. "미안하다. 이 야만인들을 너의 몸집만큼이나 큰 아량으로 이해해 다오. 우리를 태워 달라고 온 것은 우리가 결코 너희보다 잘 나서가 아니란다." 와,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다. 막상 코끼리 등에 오르고 보니 아찔할 정도다. 장장 두 시간 정도를 코끼리 등에 실려 가는데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45도 정도의 비탈길을 갈 땐 진짜 스릴 만점이었다. 뭉떵 구린 발바닥으로 아차 한 번 잘못 내디딘 날엔, 아휴 저 밑을 내려다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그러나 영리한 코끼리들은 인간들처럼 미련한 우를 범하지 않는다고 한다.

 

코끼리를 모는 아이는 그야말로 코끼리 비스켓 감도 안 되는 코딱지만 체구였다. 그 큰 덩치를 유지하려면 얼마나 많이 먹어야 되겠는가. 우리를 싫고 가다 뭔가 먹거리를 발견하면 잠시 멈춰 먹는다. 근데 그걸 못 봐 줘서 빨리 가라고 냅다 발로 찬다. 뭐 개미가 통나무에 노크하는 격이지만, 그래도 주인 명령에 충실한 걸 보면 참 신통해. 무사히 우리를 목적지에 태워다 주고 큰 코를 높이 들어 "안녕" 하며 되돌아 가는 산더미 같이 높은 그 코끼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마워, 다음엔 내가 널 태워 줄께..." 노을녁이 조용하고 평화롭게 내려앉는다.

 

The sky where the sun was setting was all level and like a lake of blood(활짝 펼쳐진 피로 물들인 호수와 같았다.) and I looked at the elephants that left us with eyes of sympathy and love.(동정과 사랑의 눈길로)

 

카렌족 마을이래야 몇 가구 되지 않지만 완벽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코흘리개 꼬마들이 보란 듯이 고추를 앞세우고 하나 둘 모여든다. 아낙네들은 우리들 식사 준비에 분주하고 촌장쯤 되 뵈는 의젓한 노인 한 분이 저 편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잠시후 토스토와 야채 사라다 그리고 계란찜으로 저녁 식사를 한다. 티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영국 친구들은 같은 직장 동료인데 앞으로 결혼할 생각이란다. 이런저런 여행담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나라에 대한 얘기도 하게 된다. 물론 내가 유도하는 입장이다. 언젠가 한국을 한 번 찾아오라는 홍보인 셈이다. 일본인들은 물론 숙이와 현이도 슬금슬금 자리를 뜬다. 일본인들은 영어도 그렇지만 소심성과 폐쇄성으로 그렇다 치고 우리 한국인들은 대개 영어가 짧다는 이유 하나로 외국인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다.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대화 참여를 하다 보면 금방 언어 장벽에 부딪치고 멋쩍어 하다 보면 자존심의 문제로 연결되어 그 자리를 뜨는 것이다. 참 애석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밤이 깊어 간다. 일기 차가 심하다. 얼키설키 엮어 놓은 이층(아랫 층엔 가축) 잠자리에서 거의 밤샘을 하다시피 했다. 너무 추워서. 동이 트자마자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몸을 녹인다. 닭들이 기상 나팔을 불어 댄다. 자, 오늘은 어떤 신나는 체험을 할 것인가.

 

원주민들이 우리가 타고 내려 갈 대나무 뗏목을 엮어 놓았다. 음- 말로만 듣던 뗏목 타기를 하는 거다. 가이드의 지시대로 카메라 등 물에 젖으면 안될 것들을 비닐 봉지에 담아 뗏목 가운데 세워 놓은 대나무 삼발이에 메달아 놓았다. 전 코스가 2시간 소요되며 상당한 난코스임을 여행사에서 듣긴 했어도 으레히 과장해서 하는 말이겠거니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적어도 2시간 이상 걸리는 뗏목 타기임은 사실이었다. 강의 깊이와 급류의 정도는 기대에 좀 벗어났지만 분명한 것은 단순한 재미 그 이상의 것을 체험케 했다는 것이다. 그곳은 태고의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아득한 먼 옛날, 인류의 조상이 평화롭게 살았던 곳, 자연의 생명이 숨쉬는 원형 그대로의 보금자리였다.

 

중간 중간의 강 언덕바지에 문명의 냄새를 풍기는 고급 별장이 옥의 티였다고나 할까. 한없이 베풀기만 하는 자연, 이런 곳에 와 있으면 요산요수(樂山樂水)의 깊은 뜻을 깨닫고 무소유(無所有)의 자유로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강 중하류를 내려가면서 다른 곳에서 출발한 팀들과 조우를 한다. 모두가 어린애 같다. 마냥 신기해하고 즐거워 하니까. 서로 큰 소리로 주고받는 말들이다.

 

"Hey, how is it going? How was it? How did you like it? You have a good time? It’s great! It’s fantastic!(환상적) It’s more exciting! I have never had this kind of thrilling experience.(신나는 경험) Wawoo, Woo........"

 

나는 몇 군데의 급류 타기 코스도 무난히 넘겼는데 그만 도착점에 다 와서 낭패를 본 것이다. 소지품을 챙겨 들고 상륙 준비를 하다 그만 풍덩 빠진 것이다. 결국 카메라도 엉망이 되고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글쎄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 해제를 하면 안 되는데 그만 촐랑대다가...(위험성이 1%인 확률에 나는 예외인 것으로 착각한 대가였다. 우리팀의 영국인 커플은 안전 조끼까지 입는 등, 안전 교육에서도 선진국임을 증명) 우리는 준비된 식사를 마치고 다시 걷고 또 차로 이동했다. 오늘밤은 눕자마자 꿈나라로 직행.

 

다시 치앙마이에서 이틀을 더 지낸다. 물가 싸고 공기 좋고 인심 좋은 곳을 빨리 떠날 이유가 없어서다. 다행히 숙이와 현이는 다음 일정을 맞추는데 합의를 봐 함께 먼저 떠났다. "부디 건강하고... 멋진 한국의 젊은이임을 잊지 말라구" 뒷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리 재숙이," 에구, 또 잔소리! 알~았~습~니~다." 덤직한 강현이와 함께 떠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우리 셋은 석 달 후 서울에서 다시 만나 사진 교환도 하고 나머지 여행 체험담도 나누었다.

 

I think not only me but also many visitors stayed in Chiang Mai longer than planned because of the high quality of accommodation,(질높은 숙박시설과....때문에.) food, shopping and the cool nights, in comparison to(-와 비교할때) Bangkok, the international feel of the city(대도시의 감각과) and the friendliness of the people. Also, the city was small enough to get around by bicycle. And one more, the night market was another one for me.

 

    ▼원칙이 무시되는 민족 이기주의의 현장 체험▼

 

치앙마이 트레킹을 마치고 다시 버스편으로 방콕으로 돌아 올 때의 일이다. 약 10시간 이상 달려야 하는 먼 거리다. 버스 탑승이 시작되어 차에 올랐다. 순서대로 앞좌석에 앉으려고 할 때, 안내양은 손과 머리를 저으면서 알 수 없는 타이 말로 못 앉게 했다. 좌석예약제 버스는 분명 아닌데, 왜 그런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면서, 나와 몇 명의 서양인들은 뒷좌석으로 쫓겨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잠시후, 비어 있던 10 여개의 앞좌석에는 타이 현지인들로 하나하나 채워지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났단 말인가. 우리가 오랫동안 줄을 서 있을 때 그들은 안 보였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자기들의 예약석에 앉듯이 텁석텁석 앉았다.

 

장거리 버스여행은 앞좌석에 앉는 편이 뒷좌석에 앉는 것보다는 덜 피곤하다. 그래서 먼저 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게 아닌가. 대체로 극소수의 특수 사회집단을 제외한 모든 민주사회에서는 선착순의 원칙을 지킨다.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선착순의 원칙을 무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 보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몇 마디 하는 순간, 바로 통로 건너편에 앉은 50대 가량의 대만 남자가:

 

"Just forget it. It’s useless however you try to persuade them about the rule of the ’first come first served.’(선착순의 원칙에 대해 아무리 설득해도) You know they have very strong relationship.(유대감) I mean that they don’t think of other people but themselves first."

 

타이인들은 자기 민족을 우선 생각하므로 아무리 따져 봐야 소용이 없다는 말을 귀띔해 주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뒤통수를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는 주태국 대만 외교관이며 가족과 함께 치앙마이에서 연휴를 보내고 방콕으로 돌아가는 중이라 했다. 한국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다며 명함을 내준다. 그의 부인과 아들은 바로 앞좌석에 앉아 잠에 빠져 있을 때 우리 둘은 많은 얘기를 나눴다. 나의 궁금증은 그의 한국에 대한 인상과 한국과 대만간의 분위기 등이었다. 왜냐면 우리완 외교 단절 상태에 있기 때문이었다. 많은 이해를 구한 참 유익한 대화였다.

 

그는 상당한 애주가였다. 가방에서 꺼낸 술을 보이면서 진짜 중국제 (빼갈?)라며 한 잔 할 것을 권하는 그의 넉넉한 인심, 중국제 술을 당당히 자랑하는 그의 애국애족하는 정신을 보면서 12억 중국인의 모습을 오버랩 시켜 보았다. 민족적 이기주의의 악취를 이 독한 술과 함께 용해시켜 마셔 버리자는 나의 제안에 큰 웃음으로 화답하며 술잔을 들어 마주친다. 10시간의 긴 야간 버스 여행이 결코 지루하진 않았다.

 

             ▼추한 민족주의는 지양돼야 한다▼

 

아니, 이 나라에서도 최근에 일고 있는 구 소련이나 통일 독일에서의신민족주의를 표방한단 말인가. 왠지 몸이 움츠려지는 기분이었다. 그들이 내세우는 민족적 자부심의 역사적 배경은 멀리 볼 것도 없이 근세사 몇 쪽만 넘겨보아도 곧 나타난다.

 

그들은 샴족, 중국화교, 그리고 말레이인 등으로 구성된 혼합된 민족이다. 따라서, 상호 배타적일 땐 자타공멸(自他共滅)하고, 상호 협동할 땐 공생공존(共生共存)한다는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대화 분위기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즉, 그들끼리는 초면일지라도 친근감을 가지고 대화한다. 다민족 국가의 공통점일 것이다.

   

역사상 서구 열강의 지배를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나라, 태국. 오히려 그들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과 동맹을 맺고 미국과 영국에 선전 포고까지 한 민족이다. 나아가 6.25 전쟁에 참전한 16개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외국인들을 대하는 담담한 그들의 태도...그들 나름대로의 강한 자긍심을 암시하는 행동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현재가 자랑스러울 때 과거는 빛난다’ 함은 과거의 영광이 있었다 해도 현재의 모습이 추하거나 불명예스러울 때 그 과거의 영광도 함께 추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국민적 자존심에 손상을 입히지 않으려면 내 민족이 중요한 만큼 타민족의 합당한 권익을 보호하는 공정한 세계 민주 시민의 도덕률을 지키고 열린 마음으로 상호 예의를 지켜야 할 것이다.

 

한편, 수많은 외침에 시달려 온 아픈 역사를 지닌 채, 아직도 분단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인에겐, 줏대 있게 살아가는 그들의 단합된 모습이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는 말이 새삼스럽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편으론 걱정도 없진 않습니다만, 작금의 나라 모양 꼴에 비추어 볼 때 한가롭게 배낭여행담이나 늘어 놓는다 하여 IMF에 대한 원성의 직격탄이라도 날아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지요. 다행히 재미있게 읽어 주신다는 격려 메일이 있기에 계속 지구촌 답사 체험기를 올릴까 합니다. 아무쪼록 필자의 글이 무한경쟁의 국제화 시대에서 우리 민족이 당당하게 살아 남기 위해 공동의 지혜를 모으는데 일조를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나라 살림이 어려울수록 세계의 흐름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저들이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할 때 우리만이 우물 속에 들어앉아 저 잘났니 나 잘났니 티격태격하고, 너 죽고 나 죽자식의 부질없는 소모적 논쟁만 일삼을 순 없습니다. 특히 우리의 희망인 젊은이들은 자신의 진정한 경쟁자를 가까운 친구와 이웃에서 찾지 말고 더 넓은 세계에서 찾아야 하며 정정당당한 선의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교양과 실력을 쌓는 노력을 계속 할 것을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태국 - 계속>      - 장 정 대 -  

 

▶E-mail: jackchang7@yahoo. com      ◎All rights reserved.

 

◆민족차별 주의는 어마어마한 하나의 과오요 염치없는 하나의 위선에 불과하다는 것을 내 몸이 닳도록 주장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것은 곧 소아병이요 홍역일 뿐이기 때문이다.

 

                      <Albert Ei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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