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멋진 배낭여행-7]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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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대 [changjhon] 쪽지 캡슐

1999-10-28 ㅣ No.1048

  ◎세계인과 대화하는 배낭여행 7회 {방콕-택시 횡포}

  

  - The more you talk, the more you are surprised.-

   (대화를 많이 할수록, 놀라운 일도 많아진다.)  

 

   ▷낯선 땅에 온 사람에게 택시 횡포는 가장 비인간적◁

 

나는 태국에서 택시를 몇 번 타 보았다. 명암(明暗)이 엇갈리는 현장 체험을 하고서야 외국인에게 택시 기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았다. 그 나라 국민의 시민 의식과 문화 수준의 평가는 몇몇의 나쁜 택시 기사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택시 횡포는 공포의 대상이며 가장 비인간적이다.

 

어느 날 콰이강의 다리를 갈 때다. 아침 대의 방콕 시내 교통 혼잡은 매우 혼란스럽다. 시간 절약상 시내에서 남부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메타 택시를 탔다. 출발 전에 지도를 보여주며 목적지를 분명히 인지시켰다. 택시는 차오프라야 강을 건너 어디론가 달리는데 아직 이른 아침이라(8시 경) 그런지 시내를 벗어난 때문인지 주변 분위기가 스산했다. 침묵을 지키며 달리기만 하는 택시, 그 자체만으로 이방인에겐 불안감과 긴장감을 주게 됨을 알았다.

 

Imagine you were in a taxi alone with no words(택시 안에서 아무말도 없이 혼자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between you and the driver and just running on a strange street(낯선 길을), what kind of feeling you would have? The longer time, the more fearful you would have.(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무서워져요) It’s really terrible and scared.(정말 끔찍합니다.)

 

한참 후 멈춘 곳은 엉뚱한 장소인 방콕의 로이역이었다. 왜 엉뚱한 곳으로 왔느냐고 묻자 자기는 기차역으로 들었다며 억지를 부리는 그의 말과 행동을 보고 운전자의 고의적임을 직감했다.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때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낯선 땅에 온 외국인에게 택시 횡포가 얼마나 무서운 공포의 대상인가를.

 

언론 매체를 통해 심심찮게 드러나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택시횡포에 대한 불평을 접하면서도 그다지 실감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 간접 체험의 한계일 것이다.

 

다시 어디론가 한바퀴 돈 뒤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일단 안심은 했지만, 그가 요구하는 메타 요금을 순수히 다 준다는 것은 왠지 나 개인 장정대의 문제가 아닌 한국인의 문제로서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굳이 따져 본다면 이곳을 먼저 다녀갔던 바로 우리 한국인이 남겨 놓은 나쁜 선례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인 모두가 멍청한 봉일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그의 부당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뜸 나를 제자리에 도로 데려다 놓겠다며 출발할 기세를 보였다. 상습적인 행위임이 한 눈에 들어왔다. 돈을 주는 척 하며 차에서 내리는데 성공한 나는 그에게 경찰에 갈 것을 요구했다. 그는 펄쩍 뛰며 나의 팔을 잡고 자기 택시에 밀어 넣으려고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고 말았다. 내가 폴리스를 외치자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시외버스 터미널인지라 택시 기사들도 많았고 버스 승객들도 많았다. 여기저기서 그들끼리 모여 웅성웅성하고 있을 뿐 경찰을 찾는 나의 외침에 귀를 기울려 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허긴 지금 생각해 보면 꼭 같은 상황이 서울에서 펼쳐진다 해도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나는 조금도 굽히지 않고 오직 경찰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 기사도 나의 완고한 태도에 기가 꺾였는지 반값만 받겠다고 했다. 나는 한 마디로 "No! It’s not a matter of money!"(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였다. 이번 기회에 부당한 요구에는 끝까지 따지는, 만만치 않은 한국인도 있다는 사실을 그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 주고 싶었던 것이다.

 

You know I don’t want anybody be foolish, it’s a matter of course that we Koreans should not be stupid or dumb especially in public in foreign countries(특히 외국여행을 할때 한국인들은 사람들 앞에서 멍청이가 되선 안돼요). Considering(생각해 보세요) that I gave up my will to fight(싸우겠다는 나의 의지를 포기했다고) with the bad driver... No way(말도 안돼요)!

 

대체로 역이나 터미널 주변에는 경찰이 있게 마련인데, 아무리 폴리스를 외치고 다녀도 나타나지 않았다. 매표소 창구에 가서 폴리스를 요청해도 고개만 설레설레 흔들 뿐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나를 계속 지켜 본듯한 30대 타이인 신사 한 분이 다가오더니 자초지종을 묻는다. 영어도 잘하는 이였다. 나는 큰 조력자를 얻은 기분이었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지도를 다시 펼쳐 보이며 그에게 설명을 했다.

 

그 중재자의 제안은 40B였다. 나는 그것 역시 마땅치 않았지만 솔직히 그런 험악한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틸 힘도 의욕도 없었다. 결국 내가 요구한 그의 사과를 받지 못하고 합의하고 말았다. 그 뒷맛이 찜찜했지만 얻은 소득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자위를 하며 콰이강의 다리행 시외 버스에 올랐다.

 

한 번 불에 덴 아이는 불을 무서워하고 조심하기 마련이니까. 적어도 그 악덕 택시 기사만은 한국인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여하튼 악몽 같은 시간 30여분이 나에겐 너무나 길고 고독한 순간이었다.

 

◆횡포는 극단적인 복수의 발로일 뿐이라고 헤밍웨이는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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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심성은 참 심술궂은 것 같다. 아홉 번의 선행보다 단 한번의 악행에 그것을 더 적극적으로 들추어내고 분개하니 말이다. 먹음직스런 사과에 벌레가 파먹은 조그만 상처는 비록 전체에 비해 극히 미미한 부분이지만 꺼려하는 것 또한 인지상정 아닌가. 아마, 이 순간(내가 그러하듯이) 이 지구촌 어디에선가는 자신이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격은 비인간적 택시 횡포에 관한 글들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부정적 파급효과는 명약관화(明若觀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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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산업의 경쟁력 차원에서라도 비록 소수(?)라고는 하나 비인간적인 행위와 공공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 등은 지양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 한국의 경우가 그렇다. 물론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인간사회의 요소 요소엔 별의별 범죄적 양상이 상존 하는가 하면 적게는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불쾌한 모습과 언행 등이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관광대국(미국, 스페인,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 등 많은 유럽국들과 멕시코, 페루...싱가폴, 홍콩, 태국 그리고 인도 등)으로서 그 위치를 지키고 있는데는 확고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그들에게는 천혜(天惠)적 자연 유산이 있고 둘째, 세계사에서의 굵직한 역사성을 지닌 점 셋째, 그들의 고유한 민족문화 유산의 유지와 관리능력이 있고, 세련되고 합리적인 사회교육(영어, 숙박, 교통, 친절...)등이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속성 가운데 새로움과 편리함 그리고 이색 체험에 대한 강한 욕구를 채워 줄 만한 자원이 충분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거저 주어진 값진 하늘의 선물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관리도 이용도 못한다.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하면서도(합리주의와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과학 시대를 살아가면서도)불합리하고 비경제적인 사고와 행동의 틀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아닌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말한다. 무한 경쟁의 국제무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그래서 고부가가치 산업을 개발, 발전시켜야 한다고. 바로 그것은 굴뚝 없는 산업 즉 관광산업이라고. 그런데, 그런데 왠지 메아리 없는 외침만 되풀이되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제 더 이상 최소한 이런 한심한 신문 기사는 안 보았으면 한다.

 

[사설] 관광공사, 이대로는 안된다 1999. 10.5 <국민>

 

미래산업의 하나로 꼽히는 관광산업에 대해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들은 틈만 나면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굴뚝 없는 산업,재료비가 저렴한사업 등으로 장래가 밝지 않을 수 없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그럼에도 성과가 미흡하면 기반시설과 정부의 관심 부족,국민들의 이해 미흡과 불친절 등을 최대 장애로 꼽았다.이상의 진단은 틀림없다.이런 것들이 제거되지 않는 한 관광선진국 진입은 가능성 없는 헛된 꿈에 불과하다.누구도 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공사의 전 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고위간부들이 상습 뇌물사슬에 단단히 얽힌 부패상이 검찰조사 결과 드러난 걸 보면 그런 것들이 핑계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배신감까지 든다.김포공항 등의 면세점 운영과 관련해 뇌물을 받고,해외홍보물광고 대행 계약을 유지시켜주며 상납을 받는 등 엉뚱한 곳에 더 관심이 많았으니 관광산업을 어떻게 진흥시키겠는가.또 이렇게 고질적인 부패고리가 왜 이제 드러났는지도 궁금하다.

 

지난 62년 창립된 관광공사는 그동안 국내외 관광진흥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그러나 규모와 투자액에 비해 능률적이었는가 하는 점은 자신있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말썽 또한 많았기 때문이다.한때 현지 언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해외에 내보내 인력낭비를 했는가 하면, 호텔 등 여러 관광관련 분야에 무분별하게 출자해 만성적자로 허덕이기까지 했다.그런가 하면 무허가 업체에 수입양주를 싼값에 공급하여 스스로 법을 어기기도 했다.

 

외국의 관광업계와 기구도 하는 일은 별로 없고 창의성도 떨어져 생산성이 낮다고 지적할 정도였다.백보 양보해서 일을 열심히 하다가 자칫 지나쳐 이런 부정적 효과가 나타났다면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다.결점을 보완하면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고질적인 뇌물사슬은 달리 방법이 없다.마음은 딴 곳에 있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는가.지금까지 드러난 모든 비능률,비리가 여기서부터 싹텄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패구조를 철저히 도려내고 관광공사의 역할 등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이대로는 절대 경쟁력을 기를 수 없다.민영화 전환 등도 체질개선을 위해 검토해 볼 문제라고 본다.

 

▶감사합니다.         <태국-계속>        -장 정 대-          

 

▶E-mail: jackchang7@yahoo.com        ◎All rights reserved.

                                          

◆지식을 얻기 위하여 여러 나라를 그저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행의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관찰하기 위해서, 우선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기가 알고 싶은 대상 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으면 안된다. 세상에서는 여행에 의하여 배우는 것이 독서 에 의한 것보다 못한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그들이 생각하는 기술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며, 독서를 할 경우에는 저자에 의하여 그 정신이 이끌림을 당하지만, 여행에 있어서는 자기 스스로 볼 힘이 없기 때문이다.                    

                      <루소의 에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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