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영어와 배낭여행-15]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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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대 [changjhon] 쪽지 캡슐

1999-11-13 ㅣ No.1081

◎세계인과 대화하는 배낭여행- 15회 {대만-1}

 

-The more free from English, the more you can enjoy your trip.-

(영어를 잘하면 할수록, 더욱 더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

    

            -내화외빈(內華外貧)의 나라 대만-

 

+최근에 대만에서 발생한 불의의 재앙, 대지진으로 희생된 고인들에게 삼가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비탄에 빠진 많은 유가족 여러분과 부상자 여러분에게 심신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타이페이와 타이쭝에서 더 큰 피해가 있다는 소식에 그곳을 다녀 온 입장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느낌니다. -_-....( Sad to say that all of you in Taiwan have to be suffered mentally  and physically from the recent terrible earth quake, which was the most disastrous one in your country and resulted in serious damage to life and property. I know well how much that life and property meant to you. I sincerely hope that you will soon recover and I send you all my sympathy, especially to those friends I met in the center of the Taiwan. )

 

대만 하면 중정(中正) 장개석(蔣介石) 총통을 떠올리게 된다. 꼭 세계사에 오른 인물이라서 가 아니다. 바로 우리 나라 최근세사를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큰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1911년 삼민주의를 제창하며 신해 혁명을 일으킨 손문(孫文)의 뒤를 이어 북벌을 단행하는 등 잠시나마 수억의 국민을 이끈 지도자였다. 한편 그는 일제의 중국 침략에 맞서면서도 더욱 비참한, 망국의 한을 안고 떠도는 우리 나라 임시정부를 정식으로 승인하고 항일 전쟁에 상호 협력했던 것이다. 나아가 그분은 중. 미. 영 3국 정상이 만난 1943년 11월 카이로 회담에서 2차 대전의 종전(終戰)과 함께 한국은 완전한 독립국이 될 것임을 선언한 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분은 안타깝게도 1945년 제2차 대전이 끝난 후 다시 모택동과의 내전에서 패하고 49년 12월에 약 20만 명의 인사와 함께 대만으로 옮겨야만 했던 것이다. 그 분은 당해 이승만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바도 있다.

 

대만은 명나라(1368-1644) 말기부터 한 때 네델란드와 스페인에게 점령당하기도 했다. 대만은 또 1894년 청일 전쟁에 패한 뒤  일본에 양도되어 장장 51년 동안 일본의 통치를 받아야 했던 아픈 역사의 땅이기도 하다. 나는 동병상린(同病相隣)의 각별한 감상(感傷)을 안고서  91년 12월 28일 일주일의 대만 배낭 여행에 나섰다.

 

상하(常夏)의 나라 대만, 한국(남한)면적의 1/3인 조그만 고구마 모양의 섬나라, 나는 대만 중정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불과 두어 시간 전엔 영하 12도란 혹한(?)에 움츠렸는데 이곳의 기온은 12월인데도 20’C를 가리킨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후끈거리는 열대성 기온이 나를 맞이했다. 나는 얼른 준비해 간 여름옷으로 갈아입었다.

 

나는 바로 공항 버스를 타고 타이페이 역으로 향했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꽤 잘 정비된 시원스런 야자수 가로수며 울창한 녹음방초(綠陰芳草)의 풍경이 남양 특유의 이국적 분위기를 더해 준다. ’음, 부자 나라답군.’  그런데 이런 낭만적 기분은 도심에 접어들면서 일단 보류된다. 당시의 1인당 GNP가 이미 10,000$을 넘긴 부자 나라의 수도인만큼 기대도 꽤 컸었는데  버스가 타이페이 시내에 들어서자 그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기대에 크게 빗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칙칙한 외양과 함께 노후의 징조가 뚜렷이 나타났다. 빛 바랜 외벽 패인트 칠과, 지렁이 기어가듯 균열난 곳을 때운 흔적 등이 마치 지방의 영세(零細) 도시와 흡사했다. 그런데 도로 위를 달리는 엄청난 차량의 홍수 속엔 최고급 승용차인 벤츠가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최신형 대형 오토바이족들의 물결도 매우 이채로운 모습이었다.

 

이와 같이 대만의 경제력에 걸맞지 않는 도심지의 모습들은 흥미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궁금증은 화교들의 특유한 역사적 배경에 관심을 가져 봄으로써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약 1시간 후 타이페이역 근처에 내렸다. 어디나 비슷한 현상이지

만 중앙역을 중심으로 한 차도나 인도는 번잡하기 이를 데 없다. 노상의 잡상인들도 모두 제몫들을 한다. 나는 우선 햄버그 스토어에 들러 간단한 식사와 휴식을 취한 뒤 YH을 찾기로 했다.

 

내가 들어 간 대형 햄버거 스토어의 1층과 2층을 가득 채운 주 고객들은 역시 학생들이었다. 시끌벅적한 코너엔 발랄한 중고등 학생들이 수다떨기에 바쁘고, 제법 면학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코너엔 대학생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그러나 여유롭게 영어 사전을 뒤적거리며 뭔가 노팅하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 나는 그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직 숙소를 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벌써 4시가 넘었다.

*First of all, I should find out a place to stay before it gets dark(어둡기 전에 숙소를 찾아야 한다). It’s very important for a backpacker who have no booking a bed(숙소 예약을 안 해 놓은 배낭족에겐). Some times it really makes hard for backpackers to find out where to stay(가끔은 정말 숙소 때문에 애를 먹는다).

 

나는 정보지의 약도를 보고 YH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그곳에 있어야 할 YH이 없었다. 주위를 아무리 살펴봐도 없었다. 참 난감했다. 이럴 땐 그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보는 게 상책이다. "뚜이뿌치(실례합니다), 네이거 따이빼이 유스호스텔?"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는 친절하게도 잘 가리켜 주었다. "씨에씨에" 나는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부지런히 그곳을 찾았다. 그러나 역시 YH은 없었다. ’그 이상하네. 그 양반이 꽤나 진지하게 일러주었는데...’ 이번엔 대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에게 물어 보았다. 약도를 보여주니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며 그쪽으로 가면 있단다. 그러나 또 허탕. 이번엔 경찰에게 물었다. 역시 친절히 가리켜 준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어이된 영문인가. 그들은 하나 같이 진지한 태도로 나에게 위치를 일러주었는데 말이다. 나는 한동안 헷갈렸다. 왜냐면 그들은 결코 모른다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무책임하게 일러주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그렇게 골탕을 먹은 끝에 결국 아예 다른 YH을 찾기로 하고 행정원 쪽으로 향했다.

 

마침 한 팀의 서양 배낭족들이 나타났다. 나는 타이페이 YH을 다시 한 번 물었다.

 

"Hi, excuse me. Do you know any YHs near here?(이 근방에)"

"Ya, sure. I know Taipei YH. It’s over there. You can find it easy.

And there are more of course but I would like to recommend you that one(물론 다른 곳도 있지만 타이페이 호스텔을 추천하고 싶다). It’s ok. I think. The hostess is very kind and fun(여주인이 친절하고 재미있거든)." "Is that right. I like it. Thanks a lot for your information. Have a nice trip."

 

역시 그들의 정보는 정확했다.  찾고 보니 그곳은 내가 조금 전에 돌아 다녔던 곳과 크게 벗어난 곳은 아니었으나 틀림없이 엉뚱한 곳이었다. 참 어이가 없었다. 하긴 뭐 이런 일이 한 두 번은 아니지만, 그리고 황당함에 부딪히는 것도 나홀로 배낭 여행의 매력이라면 매력일 수 도 있기에 계속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침대를 배정 받고 배낭을 풀어놓았다. 대충 배낭을 정돈해 놓고 라운지에 나가 느긋한 마음으로 TV 앞에 앉았다. 나 혼자였다. 아직 이른 저녁이라 배낭족 친구들이 숙소에 모여들 시간이 아니었다.

 

잠시 후 한 친구가 정보지를 손에 쥔 채 들어와 나에게 "하이" 인사를 하며 옆에 앉는다. 그는 독일인 피터였다. 자기는 대만에서만 3개월 동안 여행하고 있단다. 나는 내 스케줄을 말해 주고 그의 아이디어를 구했다. 피터는 나에게 다른 곳은 다 못 가도 타이루꺼는 꼭 가보라고 권했다. 그 계획은 나도 갖고 있다고 하자, 피터는 그곳에 가는 방법을 제안했는데 일반적인 코스인 화련에서 들어가는 것보다 반대로 따이중에서 버스편으로 가는 쪽을 도전해 보라고 했다. 나 역시 잘 닦아진 길보다는 어느 정도 거칠고 험한 길을 선호하는 타입이라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Peter, I want to ask you something, OK? I don’t understand about local people here(이곳 현지인은 이상한 것 같아). You know I had a hard time to find out this place because the map in my guide book was wrong(약도가 엉터리여서 애를 먹었지). So I asked local people where this YH was. And they showed me the directions but never right(그들이 알려준 곳을 찾아가면 엉뚱한 곳이거든). Each one gave me different directions. I was really confused(정말 헷갈렸어). I wonder why they don’t say that they don’t know.(근데 내가 궁금한건 왜 그들은 결코 자기들은 모른다는 말을 않느냐는 거야)"

"I know what you mean(뭔 말인지 알겠어). Yah, that’s very strange to me, too(내게도 그점이 이상하긴 마찬가지야). I had several same kind of experiences here, too(여러번 비슷한 경험을). You know I have been staying here for three months. Well, I think it’s just a kind of their national character(뭐, 그들의 국민성 아니겠어). Maybe, I think they feel hurt themselves when they say that they don’t know.(모른다는 말은 그들에겐 자존심 문제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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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 Having `big face’ is synonymous with prestige(체면을 유지한다는 것은 위신을 지킨다는 말과 같다), and prestige is important in Asia(아시아에선 체면이 중요하다). All families, even poor ones, are expected to have big wedding parties and throw money around like water, in order to gain face(대만인들은 체면을 지키기 위해 빈부에 상관없이 결혼 파티도 분에 넘치게 하고 파티장에 돈을 던질 때도 마치 물을 뿌리듯 돈을 뿌린다). The fact that this causes bankruptcy for the young couple is far less important than losing face(이처럼 신혼부부들은 엄청난 경제 파탄을 감수하면서도 체면을 더 중시하는 게 사실이다). Much of the Chinese obsession with materialism is really to do with gaining face, not material wealth(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물질주의에 집착하므로 체면을 지키지는 데도 실질적 내용보다도 겉치레가 더 효과적이다.) . Owning nice clothes, a big car, a piano, imported cigarettes and liquor(even though they don’t use these things), will all cause one to gain face(그들에겐 좋은 옷, 큰 차, 피아노, 수입 답배나 술 등을 소유하고 있다는 자체로만  체면이 유지된다). Therefore, when taking a gift to a Chinese friend, try to give something with snob appeal such as a bottle of imported liquor, perfume, cigarettes or chocolate(따라서 중국인에게 선물을 할 땐 그들의 체면을 고려하여 수입 술이나 향수, 답배 혹은 쵸코렛이 좋다). This will please your host and help win you points in the face game(이렇게 하면 주인의 호감을 사게 되고 결국 서로 체면을 세우게 된다). The whole concept of face may seem very childish to Westerners who never learn to understand it, but it is important in Asia(이들의 체면이란 개념은 그것을 모르는 서양인들에겐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아시안에겐 중요한 덕목이다).

   

대개 서양 배낭족들은 모험적이고 도전적이다. 물론 상당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다. 피터 역시 그러했다. 나는 피터의 모험담을 듣고 난 뒤 내 마음은 벌써 뛰기 시작했다. 나는 내일 출발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내가 타이루꺼를 다녀오면 다시 만나기로 하고 나는 피터와 헤어졌다.

                                   

▶감사합니다.          <대만편-2 계속>        - 장 정 대 -

 

▶E-mail: jackchang7@yahoo.com          ◎All rights reserved.

 

◆중국인은 중용과 절충을 좋아한다. 가령 열 사람이 이 방은 너무 어두우니 창을 하나 내어야 한다고 충고하더라도 결코 듣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그러면 지붕을 파괴해 버리라고 주장하면, 그들은 반드시 중용을 따라서 창을 만드는 데 찬성하게 된다. 더 과격한 주장이 없으면 그들은 평화적인 개혁마저 하려 들지 않는다.

 

                           <魯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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