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영어와 배낭여행-26]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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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대 [changjhon] 쪽지 캡슐

1999-11-13 ㅣ No.1082

◎세계인과 대화하는 배낭여행 - 16회 {대만-2}

 

-The more you speak English, the more foreign friends you make-

(영어를 많이 하면 할 수록 세계의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숙소에 배낭족들이 속속 들어왔다. 나는 그들 가운데 30대로 보이는 일본인 남자 친구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무역업에 종사한다며 일본인 특유의 사교성으로 나에게 명함을 건네며 친밀감을 표했다. 그도 그를 것이 동양인이래야 우리 둘 뿐이었다. 사실 난 여행 중에 만나는 친구들과는 국적과 인종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에 치우치는 편이 아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은 서로 마음이 (대화) 통하는 열린 가슴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한국 여대생 한 명이 또 합류했다. 그 학생은 자기 친구와 함께 배낭 여행을 왔는데 한 친구는 다른 YH에 묵고 자기는 이곳에 묵으려고 왔다는 것이다. 얘길 들어보니 그럴 듯 했다. 여행 성수기라서 숙소마다 대만원인 점도 있지만 그것 보단 뭔가 색다른 체험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서로 떨어져 진짜 홀로 서기 맛을 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에구, 집에서 부모님이 들었으면 당장 오라고 난리가 나겠다고 했더니 그래서 비밀로 한다나...

 

나는 용산사 근처의 야시장을 보러 나갔다.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였다. 한국에서 거의 매일 보도되고 있는 못난 한국 남성들의 보신 관광의 현장을 직접보고 싶어서 였다. 나는 비디오 카메라도 가져갔었다.

 

이곳 야시장에는 코부라 뱀과 자라 등 소위 정력제라 하여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오죽하면 한국 관광객들이 아니면 이 야시장은 이미 철시되었을 것이라고 얘기들 하겠는가.

 

과연 그럴까, 막상 그곳에 가보니 실제로 수 십 개의 그런 상점들이 모여 있었다. 듣던 대로였다. 그러나 시간이 이미 밤 9시가 다되어 단체로 몰려온다는 한국 관광객들을 볼 수 없었다. 개별 관광을 온 듯한 부부인지 연인인지 알 수 없는 몇몇의 커플들만 가게 안에 앉아 히히득 거리며 주문한 정력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살아 있는 동물들, 뱀과 자라들이 순식간에 돈에 눈 먼 상인의 능란한 손놀림과 칼놀림으로 처절하게 분해됐다. 그리고 곧바로 무지하고 천박한 정력보신 숭배자에게 진상하기 위해 자그마한 접시와 컵에 옮겨진다. 그리고 육욕(肉慾)의 화신(化身)이란 허구와 허상의 재물로 고귀한 생을 마감한다. 오, 자비로운 신이시여...저들을 굽이 살피소서...

***

미식가를 자처하거나 특정 음식에 유난히 집착하는 자들, 그들은 잘못된 정보에 의해 혹은 자신의 무지의 소산으로 인해 초이기적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지 않고야 그들끼리 떼를 지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것도 하필이면 대부분의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들도 기피하는 뱀고기와 자라고기 그리고 개고기에 집착할 리가 없다. 그들이 그들의 유별난  정력보신과 식성에 대한 욕구를 끊임없이 쫒다 보면 왜 가장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일 수밖에 없을까. 이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한다.  

 

옛날 중국 춘추 전국시대에 살았던 제환공이란 군주가 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건강식 혹은 정력에 좋다는 음식을 마다한 사람들이 있었겠는가 마는 제환공 역시 안먹는 것이 없을 정도로 몸에 좋다는 것은 무엇이나 먹어댔다. 그러다 마침내 그는 이 세상 모든 먹거리에 대해서 싫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 한 요리사가 등장하는데 그는 ’역아’란 이름을 가진 간신배였다. 그는 제환공에게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의 진기한 음식을 바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제환공은 이 진기한 음식을 먹고 마셨지만 곧 싫증을 느낀다. 그의 정신적 공복은 조금도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제환공은 탄식한다. "온 천하에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이 이렇게도 없단 말이냐." 그러자 요리사는 대답한다. "공께오서 지금까지 드시지 못하였던 최고의 음식을 진상하겠나이다." 요리사는 마침내 이 지상에서 맛볼 수 없는 최고의 음식을 진상한다. 이 음식을 맛본 제환공은 눈이 번쩍 뜨이면서 감탄하여 말한다. "드디어 찾았구나.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음식이로다. 이 음식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자 요리사는 대답한다. "이 음식은 제 자식의 살코기입니다. 공께오서 그토록 원하였던 이 지상의 최고의 음식은 바로 사람의 고기인 것입니다."

 

별난 맛, 특이한 음식, 영혼을 사로잡을 만큼의 맛있는 음식을 찾아 헤매는 사람은 제환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가 맛있는 음식을 탐하는 동안 그의 영혼은 점점 식인종이 되어 가고 있을 것이다. 더 자극적이고 더 쾌락적인 미식의 종점에서 악마와 같은 식인의 살코기와 살인의 피(血)가 접시 위에 흘러 넘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건강 나아가 정력제라 하여 희한한 맛, 자극적인 맛, 독특한 별미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사람은 실은 맛을 모르는 맛의 장님인 것이다. 그들의 안중엔 남을 의식하거나 배려하는 양식(養識)은 없고 그저 자신의 입장만 합리화시키는데 급급할 뿐이다. 그는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마약을 구하기 위해서 헤매는 약물 중독자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찾아 헤매는 한 끼의 밥은 허기를 달래는 양식(糧食)이 아니라, 자극과 쾌락의 독(毒)인 것이다. ***                                                 <최인호의 지상 최고의 음식 참조>

***           

As a Korean, when I survey our  eating habits I soon observe that we have not a few unique custom. Some of them  like Kimchi, red paper paste and homemade soybean paste are very good, namely those are our own proud traditional food but some like snake-soup, turtle-dish and dog-meat and drinking blood drawn from the living deer’s antler are not good, and I don’t think those are proud Korean traditional food.(한국인으로서 우리의 식생활을 살펴보면 독특한 것이 적지 않음을 곧 알게 된다. 그 가운데 김치,고추장 그리고 집에서 만든 된장은 즉, 그것들은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 식품이다. 그러나 뱀탕, 자라요리, 개고기 그리고 산 사슴의 뿔을 잘라 피를 뽑아 마시는 것은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 식문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

Cf: Rather than greeting someone by saying `How are you?’, many Chinese open a conversation by asking, `Have you eaten yet?’(대개 중국인들은 인사로 안녕하세요 대신 아직 식사안했어요?라고 한다). That might seem like a strange question to ask someone at 10am, but food plays a big role in the formidable Chinese hospitality(오전 10시에 아무에게나 이런 인사를 한다면 이상할 수도 있으나 수많은 중국인들의 환대 방식에선 음식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Proper hosts must feed their guests(예의바른 주인은 손님에게 음식을 접대해야 한다). If the guests aren’t hungry, that is too bad - they will be force-fed(손님이 배가 부르다고 해도 그들은 억지로라도 먹이려고 한다). A proper guest, to avoid appearing greedy, must refuse(예의바른 손님은 자신이 식충이가 아님을 밝히는 뜻에서 일단 음식 제안을 거절해야 한다). The host must do everything short of putting a funnel into your mouth and shoving the food in(주인은 어떻게 해서라도 당신에게 억지로 먹인다). One of the most amusing scenes you’ll encounter in Taiwan goes something like this:

(대만에서 우연히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은 다음과 같은 대화다)

Host: Here, have something to eat.(이것 좀 잡수세요)

Guest: Oh, no thank you, I just ate.(감사합니다만 금방 먹었습니다)

Host: Oh, but you must, I insist. Have some cake, some fruit.

      (그래도 좀 더 드세요. 케익도 있고 과일도 있으니 드세요)

Guest: No, no. I’m on a diet.(안돼요. 요즘 다이어트 중입니다)

Host: But you must. Don’t be shy. Have something.

      (그래도 먹어야지요. 부끄러워 마시고 좀 드세요)

Guest: Really, it’s not necessary...(정말 꼭 그럴 필욘 없습니다만...)

 

***

The best solution to this dilemma is to visit people when you are hungry(이런 궁지를 벗어날 가장 좋은 방법은 배가 고플 때 방문하는 것이다). Such formidable hospitality not only means that you must eat with the appetite of a normal person but your host will see to it that you eat, eat and eat until you reach bursting point and then insist that you have some more. A phrase you’ll soon learn to dread is `duo chi yidian’ (이런 끔찍한 환대의 뜻은 손님으로서 의당 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야 할뿐만 아니라 주인이 보는 가운데 계속 먹어야 하며 마침내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정도가 돼도 아직 더 먹을 수 있다고 해야 된다는 것이다. 당신은 이 끔찍한 말 `두오 치 위다안-더 드세요’에 곧 익숙해 질 것이다.

 

아시아의 유태인은 바로 화교를 말함이다. 그들의 상재(商才)는 자타가

공인하지 않는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1915년부터 싹튼 근대화 운동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구체화된 신문화 운동은 대표적으로 문학혁명과 사상 혁명을 들 수 있다. 그들은 사상 혁명을 통하여 그들의 정신세계를 수 천년 동안 지배해 온 유교 사상을 낡은 사상이라 하여 배척하고 대신 서양의 과학과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것을 주장했다. 즉, 합리주의와 실용주의 사상으로 대체된 것이다. 체면과 형식 그리고 명분을 축으로 하는 유교의 틀에서 실질적 내용과 성격을 중시하는 실리주의 틀로 옮긴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 본토는 물론 세계 금융 시장의 큰 입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들은 나에게 있어 더 이상 유교의 발원지인 중국의 후손으로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유교를 지상 제일의 덕목으로 삼아 온 또 그렇게 길들여져 온 한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나는 너무나 황당하여 다시 한번 정신적 혼란에 빠지고 만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데...

 

오늘 날 유교 이념에 가장 충실한 나라는 아마 한국이 아닐까 싶다.

재미있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시에 시에(是是).       <대만편-3 계속>       -장 정 대-

 

▶E-mail: jackchang7@yahoo.com          ◎All rights reserved.

 

◆나그네 길은 역시 생각할 일, 즐거운 일들로 보따리를 채우는 것 같다.

                         <未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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