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성당 게시판

[정베]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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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승 [forcedeux] 쪽지 캡슐

1999-11-03 ㅣ No.640

 하느님은 웃는 분이시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누는 버릇이 있다.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어떤 일을 대할 때 유머감각이 있느냐, 없느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그런 예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 하나.

 

 집들이 밀집된 단독주택에 사는 친구에게 주차문제는 언제나 큰 골칫거리였다. 그나마 자동차가 그리 많지 않던 시절에는 무언의 약속이라고 할까, 나름대로 규칙 비슷한 것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집집마다 자동차를 갖게 되면서 그 질서는 무너졌고 매일 한두 집이 서로 주차문제로 언성을 높여댔다.

 

 그러던 어느날 한밤중에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 고래고래 악쓰는 소리가 온동네를 깨웠다. 이 친구. 일어나서 싸움구경을 해, 말아 하다가 마침 바로 옆에서 연립주택 공사 중이라 인부들이 술 마시고 싸우는 모양이라고 생각해 그냥 잠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 나가보니 그 동네에 세워져 있던 자동차가 자그마치 넉대나 부서져 있었다. 친구의 차 역시 앞 뒤 유리창이 박살나 있었고.

 

 순간 머리끝까지 혈압이 오른 친구가 펄펄 뛰고 있는데 초주검이 된 옆집 아주머니가 나와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평소 그동네의 주차방식에 불만이 가득했던 남편이 간밤에 술을 퍼마시고 마침내 일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이 친구, 슬몃슬몃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어려워지더라고. 이유인즉슨 그동안 자신도 여러번. 아주 여러번 그 여자의 남편처럼 하고 싶었다는 데 생각이 미쳤던 것이다. 물론 그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일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할 터였다. 그런데 그집 남편이 그 일을 정말, 진짜 행동으로 옮겼다고 생각하니 푸하하 웃음이 터지며 심지어 유쾌하기까지 하더라는 것이다.

 

 만약 그 정도의 유머감각이 없었다면 아주 끔찍하게 발전했을 수도 있는 사건을 친구는 평화롭고 온화하게(이 대목이 중요하다) 처리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얼마 전 TV에서 웃음의 치료 효과에 관한 내용을 다룬 것을 보았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느꼈던 모양이다. "웃으면 정말 병이 낫느냐?"는 질문을 여러 사람에게서 받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웃음의 치료 효과를 인정하는 쪽이다.

 

 나는 채플린에서 최근의 [풀 몬티]에 이르기까지 유머와 페이소스로 가득 찬 영화를 좋아한다. 마음의 진정 효과 때문이다. 마음껏 웃고 가슴 찡한 감동까지 덤으로 얹어받고 나면 웬만한 우울한 감정은 날아가버린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아카데미상 위원회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이탈리아의 국민적 코메디언이자 감독인 로베르토 베니니의 비극적 코메디 [인생은 아름다워]를 오스카상 후보로 올렸다는 소식이다. 그들은 물론 [풀 몬티]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먼저 웃을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웃음이 정신건강의 지표인 셈이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일수록 작은 일에서도 웃음을 찾아낼 줄 안다. 사고도 유연해서 웬만한 일은 너그러움으로 웃어넘길 줄 아는 여유가 있다. 반대로 늘 지나치게 심각해서 긴장한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고도 잔뜩 경직되어 있다. 대개 이런 타입이 일을 벌이면 더 무모하고 당해낼 재간도 없다. 약간의 유머감각만 있어도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을 두고 좌충우돌, 물불을 안가리기 때문이다.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가.

 

 유머감각은 인생의 모순과 좌절 앞에서 대처하는 능력도 길러준다. 미국의 유명한 성격심리학자인 고든 올포트는 정서적 안정의 또 다른 특성을 <좌절에 대한 관용>이라고 불렀다. 건강한 성격의 소유자는 좌절의 순간에 그것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으로 자기통찰과 유머의 함수관계를 들었다. 자기통찰이 강한 사람일수록 지적이며, 나아가 자신의 어리석음이나 부조화, 그에서 비롯되는 크고 작은 인생의 좌절이나 실수에 대해 유머로 대처할 줄 안다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도 그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유머를 가리켜 <최악의 상태에서 자신을 그것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다. 그는 또 성경 시편에 하느님은 웃으시는 분으로 묘사되고 있다며 유머를 신의 속성이라고도 했다. 그는 인간에게는 자기 이탈이라는 독특한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유머라고도 했다. 유머가 있으므로 해서 상황으로부터만이 아니라 자신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 자신에 대해 웃을 수 있다면 우리는 그만큼 자신에게서 자유로워질 수>있다. 그리고 이 자유에서 얻어지는 가벼움이야말로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경쾌한 비결의 하나이다.

 

 

 

 

 

그냥 좋은 글 같아서 올려 놓았지요....

항상 이곳에 오면 기분이 좋군요.....

정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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