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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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나해. 2000. 8. 6) 제1독서 : 다니 7, 9∼10. 13∼14 제2독서 : 2베드 1, 16 ∼ 19 복 음 : 마르 9, 2 ∼ 10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봉성체를 하거나 병자 성사를 주기 위해 환자들을 방문할 때 각각의 환자 들에게서 느끼는 느낌이 다릅니다. 어떤 환자는 웃으면서 자신의 삶을 받아 드리고 예수님의 몸을 받아 영한다는 것에 기뻐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수고 스러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여 죄송스러워 합니다. 어떤 환자는 왜 내가 이런 병에 걸려야하고 초라하게 지내야 하는가 하며 원망하고 다른 이들에 게 자신의 초라함을 보여 주기 싫어 방문하고 기도하는 것을 싫어하고 힘들 어합니다. 후자의 모습은 빨리 가 주었으면 하고 불편하게 서로를 만듭니 다. 그러나 전자의 모습은 정말 모두가 편안합니다. 성체를 영하면서 기뻐 합니다. 마치 순진한 어린아이가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진 후 기뻐하 는 모습이며, 부모님과 헤어졌다 다시 만나서 울면서도 기뻐하는 모습입니 다.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를 말한다고 합니다. 얼굴이 잘나 고 못나고를 떠나 나이가 들어서도 어린이의 동심을 지닌 얼굴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순수합니다. 그러나 어릴 적의 순수한 얼굴을 지키기란 쉽지 않습 니다. 미켈란젤로가 최후의 만찬을 그리기 위해 선택한 예수님의 모델과 한 참 후에 찾은 배반자 유다의 모델이 같은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를 보더라도 살아가면서 순수한 얼굴을 지키기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순수한 얼굴이 어 른이 되면서 세상의 온갖 때를 덕지덕지 묻히며 흉해지기도 합니다. 순수한 얼굴이 흉해지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삶속에서 오는 고통 때문입니다. 우리 의 삶에서 우리를 병들게 하고 지치게 하고 절망하게 하는 일들이 매우 많 습니다. 사업의 실패, 갑자기 닥쳐온 질병, 시험에서 낙방, 사랑하는 사람 의 배신, 육신의 늙어감 등 우리의 삶은 많은 고통이 따릅니다. 이 모든 고 통들로 우리는 희망을 갖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많은 고통스러운 것 중에 서도 희망 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운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신앙을 가졌다는 것은 희망을 가졌다는 의미입니다. 오늘 복음에 서 수난과 죽음을 향해 가시던 예수님께서 제자들 앞에서 빛나는 얼굴, 거룩 한 모습으로 변화되시는 기적을 보여주십니다. 이 기적은 예수님께서 머지 않아 죽음을 당하시지만 곧 부활하시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신다는 희망 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신앙인은 고통과 좌절의 늪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희망의 근거는 주님의 부활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기쁨일 보다는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 을 많이 당할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던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은 그들을 좌절 속에 밀어 넣기에 충분했지만 그들은 예수님의 이 거룩 한 모습 속에서 희망을 갖고 믿음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베드로 사 도는 제2독서에서 이렇게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그 거룩한 산에 서 그분과 함께 있었으므로 하늘에서 들려오는 그 음성을 직접 들었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동 이 트고 샛별이 떠오를 때까지는 어둠 속을 밝혀 주는 등불을 바라보듯이 그 말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한 주간의 시간 속에서 지금의 삶이 비참하고 어렵고 힘 들더라도 구름 위에 가려진 태양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듯이 하느님께서 모 든 것을 선으로 이끌고 완성하신다는 믿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부활의 기쁨을 누리게 될 그날까지 믿음과 희망을 간직해야 합 니다. 그것은 현재의 삶을 더욱 성실히 살아야 함을 뜻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