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동성당 게시판

친구...내가 쉴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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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규 [pos] 쪽지 캡슐

2000-02-07 ㅣ No.467

저에겐 언제부터인가 제가 편히 쉬고 싶은 친구가 필요했습니다. 단순히 학창시절에

 

단지 있던 그런 흔한 친구말구... 동성도 좋고 이성도 좋고... 제가 편히 쉴 수만 있다면

 

누구든지 친구가 될 수 있죠... 제 안에서는 그런 친구들이 떠나가고 있습니다...

 

아니, 제가 그 친구들를 떠나가고 있는지 모르죠...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을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신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이 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 질 수 있으랴.

 

영원히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영원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은근하고 조용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이나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는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를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기를 바란다.

 

우정이라면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도 도 닦으면서 살기를 바라지 않고 내 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진 않는다.

 

나는 되도록 정직하게 살고 싶고 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자리서 탄로 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바랄 뿐이다.

 

나는 때로 맛있는 것을 더 먹고 싶을 테고 더 예뻐지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그 마음도 지울 줄도 알 것이다.

 

때로 나는 얼음 풀리는 냇물이나 가을 갈대 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

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 일로 여길 것이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증오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 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낄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지 못하더라도 곤란을 벗어나려고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지 않을 것이다.

 

오해를 빌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 없이 남의 성공을 이야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하되 미친듯

몰두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며 목숨을 거는 만용을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애정은 우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아서 요란한 빛깔도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흰 구름을 바라보다가 까닭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며,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우리에겐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 늙은 일에 초조하지 않을 웃음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프지 않게, 가지는 멋보다는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 냉면을

먹을 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 스테이크를 자를 때는 여왕처럼 품위있게, 군밤을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 때는 백작보다 우아해 지리라.

 

우리는 푼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

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격려하리라.

 

우리는 길을 가다가 한 묶음의 꽃을 사서 그에게 들려줘도 그는 날 주책이라며 나무라지

않으며, 건널목이 아닌데도 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더러 그의 눈에 눈곱이 끼더라도, 이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 해도 그의 숙녀

됨이나 신사다움을 의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게다.

 

우리는 손이 비록 작고 어리나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을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

 

같은 날, 또 다른 날이라고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리...

 

전 언젠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 속에서는 저의 눈에는 사람들이 보였

 

지만, 그들을 아무리 불러보아도 저는 그들 사이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꿈이었지만, 만약....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세상의 중심에서

 

제가 벗어나 있다면... 전 정말 슬펐습니다. 제 욕심일까요?

 

주위에 친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친구를 그리워하는 것은 왜일까요....

 

괜히 이야기를 꺼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예전에 게시판에 글을 올렸을떄,

 

잊혀지지 않고 싶은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예전처럼 제가 제 안에서

 

충실해질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항상 행복한 하루, 즐거운 하루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오래간만에 글 올리고, 이상한 이야기만 주절댄 것 같습니다.... 양해하여 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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