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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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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경 [sue60] 쪽지 캡슐

2000-02-10 ㅣ No.492

 

아무도 내게 거짓을 말하지 않았는데

나를 향한 모든 말이 거짓으로 느껴질 때...

 

 

아무도 내게 다그쳐 묻지 않았는데

그저 모든 것이 미안하게 느껴질 때...

 

 

조금은 더 넉살 좋게 살아도 된다고 누군가가 하는말에

오히려 내자신이 움츠러들때...

 

 

나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거짓처럼 진실을 흘리고는...

 

 

나도 모를 자괴감에 한바탕 웃고 나서...

울고...웃고...울고...웃고...울고.........울고...

 

 

내가 필요하다는 말에 나는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인가를 떠올리고...

 

 

잔잔한 물결을 휘저은 뒤

그속에 빠져 허우적거림에 위로를 삼는다...

 

 

날이 밝으면 오히려 눈을 감아 버리고

밤이 깊으면 치열한 고투를 벌이는...

 

 

진정한 사랑을 갈망하면서

끝까지 홀로이기를 고집하고...

 

 

기쁜 소식에 사람들과 춤을 추며 환호하다

홀로 남겨진 시간이면 산산이 쪼개지고야 마는...

 

 

즐거움 가득한 일만 찾아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진지함 없는 하루에 처절해지고 마는...

 

 

나는 ?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이 될 수 있으리...

나는 나에게 무엇...

 

 

검은 밤엔 하얘지고

환한 낮엔 검어지는 나는 ?

 

 

춤을 춘다.

음악도 없이...

 

 

아무도 보지 않는다.

아무도 보지 못한다.

 

 

아메바처럼...

하루하루 분열해가는 나는...

 

 

존재, 그리고 존재 안의 존재...

나는 어디에 ?...

 

 

끝도 의미도 없이 흘러가는 시간...

그 안에 뎅그라니 던져진 나.

 

 

색종이를 허공에 뿌린다.

추락할 걸 알면서도 훠이훠이...

 

 

....................

 

 

살금살금 ...

나를 나의 껍데기에 주워 담는다.

 

 

내일의 나를 위해서...

 

 

나는 내 안에 숨어 있다.

맥없이 쓰러지는 나를 붙들고...

 

 

해가 뜨면...

달이 뜨면...

 

 

내가 쉴 곳...

내가 환영받지 못하는 이의 품.

 

 

아무도 내게 거짓을 말하지 않았는데

나를 향한 모든 것이 거짓으로 느껴진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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