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동성당 게시판

아름다운 행진

인쇄

이제욱 [austin89] 쪽지 캡슐

2000-02-11 ㅣ No.499

가을이 오면

높아지는 하늘과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불현듯 쓸쓸해지고 외로워지는 당신입니다.

그런 당신은 지금 인생길의

아름다운 행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농사를 짓건 안 짓건

가을 걷이를 하기 전에

태풍이 오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을 보는 당신입니다.

그런 당신은 지금 인생길의

아름다운 행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 이제는 빨리 결혼을 해야하는데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좋을까

이런저런 상상으로 마음을 졸이는 당신입니다.

그런 당신은 지금 인생길의

아름다운 행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긴 자동차의 행렬 뒤를 달리면서

앞쪽으로 끼어들까 말까 망설이다

뒤에 가 붙는 당신입니다.

그런 당신은 지금 인생길의

아름다운 행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카드로 물건값을 지불하면서

3개월 할부로 할까 6개월 할부로 할까

망설이는 사이

머릿속으로 열심히 이자를

계산해 보는 당신입니다.

그런 당신은 지금 인생길의

아름다운 행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콩나물 천 원어치를 사면서

조금만 더 달라고 하고, 안 된다고 하다가

까만 비닐 봉지가 찢어지자

서로 마주보고 웃는 당신들입니다.

그런 당신들은 지금 인생길의

아름다운 행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2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