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동성당 게시판

이해 타산 없는 사랑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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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박 [ad1004] 쪽지 캡슐

2002-02-14 ㅣ No.3026

 

 

 이해 타산 없는 마음들

 

 지난해 귀농해서 흙벽돌을 찍고 치목을 하여 직접 자기 집을 지어 우리의 이웃이

 

된 강철씨는 두레누리 공동체 가족들의 별명을 하고잽이들’이라고 지어주었다.

 

이들은 모두 정신지체 장애우들로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몸도 마음먹은

 

대로 잘 움직이지 못한다. 그럼에도 무엇이든지 하고 싶어한다. 특히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은 한번 시작하면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다 알듯이

 

대개의 농사일은 단순 반복의 동작들이다. 뿐만 아니라 생명을 심고 가꾸어

 

자라나는 모습의 경이를 복잡하게 머리로 이해할 필요가 없다. 모판에 씨앗을

 

넣고, 모종을 키워 논밭에 옮기고, 잡초를 제거하고, 수확하는 모든 과정에서

 

하고잽이들’은 가난한 마음(이해타산 없는 빈 마음)으로 열심히 일을 해낸다.

 

목회 초기부터 20년 가까이, 혼자 짓는 농사보다는 늘 누군가와 함께 농사일을

 

해오면서 우리 농업문제의 해결은 협업화의 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협업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늘 시행착오의 반복이다.

 

일 자체의 어려움보다 사람 관계의 어려움이다. 함께 일을 시작할 때의 설레던

 

기대와 계획이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할 때면 거의 어김없이 깨어진다. 게다가 서로

 

서운한 감정까지 느끼게 된다. 너무 세세한 원칙을 정하면 오히려 굴레가 되고

 

함께 일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면 힘을 잃게 되기도 한다. 서로 다른

 

노동 강도를 고려한 일감의 조정, 생산물 분배의 원칙을 적절하게 정해야 하는 등

 

여간 까다롭지 않다. 며칠 전 우리 부부를 포함하여 묵동마을 여섯 부부 열두

 

명이 교회에 모였다. 함께 유기농법으로 농사 짓는 것을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쌀과 잡곡의 협동생산과 장류(간장·된장·고추장·쌈장) 가공 및 겨울철(농한기)

 

부업으로 전통한과(강정·유과 등)를 생산해 보자는 이야기들이 거론됐다. 우리

 

부부말고 모두 국졸 이하의 학력이지만 이들 같은 농민들의 노동을 통해서 우리

 

모두의 생명이 유지된다.

 

 

요즈음 농촌선교의 장에서 영성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하고잽이들, 국졸

 

이하의 다섯 부부들, 이들은 이미 이 영성을 지닌 사람들로서 섬김과 나눔의 영성,

 

가난한 마음의 영성, 노동의 영성을 가르치는 내 선생님들이기도 하다.

 

 

『 야곱의 우물』에서 발췌한 것

 

 

글로리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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