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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어머니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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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규환 [qhwan111] 쪽지 캡슐

2010-03-11 ㅣ No.200





미안하구나,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 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어느 어머니의 일기


신판 고려장인 요양원에 버려진 어느 어머니의 일기입니다.

이 글은 오늘 살아가는 우리들의 안타까운 모습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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