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감사함을 전해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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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형 [antoniotiger] 쪽지 캡슐

1999-02-19 ㅣ No.263

저는 김지형안또니오라고 합니다. 종종 굿뉴스에 들어와서 사람들 글도 보고 또 오늘의 말씀도 읽고 요즘 들어서는 오늘의 묵상 코너에 단상도 남겨보고 합니다. 들어오면서 늘 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라는 모퉁이를 보기 보았으나 별 생각없이 지나쳤습니다. 추기경님이라는 분은 좀 멀리있는 듯한 막연한 생각을 가졌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번 설에 부모님께 다녀와서 메일박스를 열어보았더니 아니, 추기경님의 메일이 떡하니 들어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글쎄요?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어쨌든, 저에게는 적지않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저도 추기경님께 편지를 한 번 올리기로 작정하고 이렇게 앉았습니다.

 

사실 저도 추기경님께 여러모로 감사하는 마음 참으로 많습니다. 왜냐고요? 저는 80년에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져버린지도 모르지만 그 시대는 참으로 쉽지않은 시대였음을 누구보다도 추기경님께서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저 막연히 고등학교에서 시키는대로 공부하다가 대학교에 들어와서 부딪히는 현실은 참으로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공공연히 온 사회를 짓누르던 그 폭력과 거짓은 참으로 대학에 갓 들어간 한 청년으로서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비굴함을 강요당할 때 느끼는 그 부끄러움이란 그 시대의 모든 청년들이 다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으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비굴함과 복종이 강요되던 시대에 추기경님께서 들려주셨던 목소리는 참으로 적지않은 위로를 저에게 던져주었습니다. 글쎄 이렇게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느낌으로는 소박하면서도 분명한 소리였던 것 같습니다.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인지라 다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만, 하여튼 추기경님의 발언들이 저에게 가져다준 의미는 적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저에게는 그 어떤 정치적인 효과를 넘어서 세상의 어떤 폭력도 인간에게서 억누를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아주 분명하게 느끼게 해준 사건들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저는 인간의 존엄함과 양심의 위대함같은 것들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많이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예수쟁이를 지극히 싫어하던 내가 바로 그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고 신앙을 받아들이게 된 데에도 적지않은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참으로 저의 젊은 날에 추기경님께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위로와 용기와 희망을 주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젊은이는 이제는 40을 눈앞에 둔 나이로 이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비록 실제 삶이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하느님 보시기에 조금이라도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마음은 쓰고 있습니다.

 

추기경님, 다시 한 번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올리오며 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예수님께서 남겨주신 평화와 희망을 온 세상에 전해주십시오. 이런 편지를 이렇게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 올리려니 또한 매우 쑥스럽고 웬지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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