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길가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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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수 [fr1004] 쪽지 캡슐

2000-05-02 ㅣ No.2985

  

◈ 길가의 돌

 

  내 죽어 하느님 앞에 설 때

 

  여기 세상에서 한 일이 무엇이냐

 

  한사람 한사람 붙들고 물으시면

 

  나는 맨 끝줄에 가 설거야

 

  내 차례가 오면 나는 슬그머니 다시

 

  끝줄로 돌아가 설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세상에서 한 일이 없어

 

  끝줄로 가 서 있다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내 차례가 오면

 

  나는 울면서 말할 거야

 

  정말 한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무엇인가 한일을 생각해 보라시면

 

  마지못해 울면서 대답할 거야

 

  하느님, 길가의 돌 하나 주워

 

  신작로 끝에 옮겨 놓은 것 밖에 한 일이 없습니다

 

 

 

                            - 정종수 "길가의 돌" 중 -

 

 

 

  매우 성서적이다. 주제도 오래 낯익은 것이다

 

  그런데 이 지방질 없는 단순한 고백은

 

  소년적 이기까지 하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길가의 돌멩이 하나 옮겨놓은 일도

 

  하느님은

 

  ’너는 장한 일을 했구나

 

  내가 천지창조 때 잃어버린 작은 돌 하나

 

  네가 고이 찾아놓았나니’ 라고 말하며

 

  큰 의미를 부여해준다.

 

  그 돌을 하느님이 다시 쥐어주면 눈부시게 빛나리라는

 

  신앙이 깊다.

 

  하지만 돌 하나 치워 놓은데 까지가 시 이고

 

  그 뒤는 시가 아니라 신학인지 모른다.

 

  벌써 길가에 이름없는 돌 하나는 그 자체가

 

  하느님의 뜻이 아니겠는가

 

 

 

                             - 고 은(시인) -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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