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길가의 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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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의 돌
내 죽어 하느님 앞에 설 때
여기 세상에서 한 일이 무엇이냐
한사람 한사람 붙들고 물으시면
나는 맨 끝줄에 가 설거야
내 차례가 오면 나는 슬그머니 다시
끝줄로 돌아가 설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세상에서 한 일이 없어
끝줄로 가 서 있다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내 차례가 오면
나는 울면서 말할 거야
정말 한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무엇인가 한일을 생각해 보라시면
마지못해 울면서 대답할 거야
하느님, 길가의 돌 하나 주워
신작로 끝에 옮겨 놓은 것 밖에 한 일이 없습니다
- 정종수 "길가의 돌" 중 -
매우 성서적이다. 주제도 오래 낯익은 것이다
그런데 이 지방질 없는 단순한 고백은
소년적 이기까지 하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길가의 돌멩이 하나 옮겨놓은 일도
하느님은
’너는 장한 일을 했구나
내가 천지창조 때 잃어버린 작은 돌 하나
네가 고이 찾아놓았나니’ 라고 말하며
큰 의미를 부여해준다.
그 돌을 하느님이 다시 쥐어주면 눈부시게 빛나리라는
신앙이 깊다.
하지만 돌 하나 치워 놓은데 까지가 시 이고
그 뒤는 시가 아니라 신학인지 모른다.
벌써 길가에 이름없는 돌 하나는 그 자체가
하느님의 뜻이 아니겠는가
- 고 은(시인) -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