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빈집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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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 [yuonsm] 쪽지 캡슐

2000-01-06 ㅣ No.2046

새해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제 떠오른 해도 오늘과 다르지 않았지만 오늘 맞이하는 해오름은 달라 보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미움과 질시, 분노와 절망, 분열과 파괴의 마음은 사라지고 사랑과 이해,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귐과 하나됨의 평화로움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올 한 해가 내내 이와 같기를, 아니 앞으로의 삶이 이처럼 유지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러한 기원을 주님과 성모님을 향하여 돌리고 싶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그리 크지 않아도, 남들이 몰라 주어도 주님에게 흡족한 그런 우리가 되고 싶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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