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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늘 그런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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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숙 [reality76] 쪽지 캡슐

2000-01-16 ㅣ No.2110

가끔씩 감정의 사치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를때 늘 떠올리는 기억이 있다.

졸업후 아웃사이더란 이름으로 지내게 되었을때 설상가상이라고 내겐

악조건밖에 허락되지 않았다.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음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매달려도 보았지만 침묵하시는 그분은 너무도 정냄이가 떨어졌다.

아마 그때 가장 힘들었던건 절대자에 대한 배신감과 내 신앙의 못믿어움 때문이었으리라.

 

늘상 차가워져 있었음에도 주님께서 뭐라 말씀하시면 이내 기분이 풀릴것 같은 그때

우연히 꽃동네와 알게되었고 망설임 끝에 봉사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내 주제에, 여유도 없는데, 내가 그들을 잘 보살필 수 있을까?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때까지만해도 내가 그들에게 뭔가를 줘야한다는 의식밖에 없었고 그들은 남의 도움이나

받아가는 그런 불쌍한 인간으로 여겨졌으니까.(냉담중어서 그랬습니다.미안합니다.)

처음 방문하여 그들을 봤을때 막막했다.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내 말과 행동으로

그들의 상처에 더 큰 상처를 주지나 않을까. 그곳에서 열흘동안은 적응하지 못하고

수동적인 일들만 했다. 아직도 그들은 나와는 다른 인간들이고 나로 하여금 끊임없이

동정의 눈빛을 보내게끔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럭저럭 보내던 어느날 한  부랑자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그분은 나더러 더이상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달라는 부탁이었다.

자기는 이렇게 행복할 수 없다고, 어느 누가 핏줄도 아닌 사람들에게서 보살핌과 사랑을

끊임없이 받을 수 있느냐고. 나는 하느님을 믿지 않았지만 이곳에 와서 그분을 알게

되었고, 사랑에 대해 알았다고, 하시며 나의 손을 꼭 잡아 주셨다.

그래..그분이 나를 사랑하는 방식은 늘 이런식이었다. 울수 있는

일말의 시간도 허락하시지 않고 갑자기 소나기 울음을 쏟아 내게 하시는 분.

 

아침에 눈을 떠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그 순간부터 감사의 말이 나와야 하는 우리를

무엇이 이토록 무디게 만드는 것일까. 성서의 표현대로 내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많은 사랑과 은혜를 받고 살아가는가를 생각하면 우리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될것이다. 덧붙여 감사는 겸손을 그 시작점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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