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그러나, 이제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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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숙 [chelli] 쪽지 캡슐

1999-07-28 ㅣ No.2163

얼마전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읽다가 수녀님께서 소개해주신 김지하 시인의 글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지하 시인의 시 중에서 "틈" 이라는 시를 읽었는데, 그 단어가 제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틈" 이라는 단어에서 그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누구보다도 더 사랑해야할, 그 누군가와의 '틈'....

요즘, 그 누군가 때문에 속상해 하고,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원망하며, 분해하고,

기도도하지만, 또 미워하고 .... 다른 사람들에게 그를 미워하게 된 것을 합리확시키고...

내가 더 참고, 용서하고, 이해해야겠다며 내탓은 없는양 이기적이고 교만한 생각을 했습니다.

 

앎을 삶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열변하면서, 정작 나는 주님 말씀을 입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여 속상했습니다.

힘든 나날을 보내며 "주님 도와주세요, 그를 사랑하게 해주세요."하고 반복적인 화살기도를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봉사한답시고(?)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원에 갔을때

잠시 쉬며 게시판에 예쁘게 붙여진 글들을 보다가 바로 이글에 저는 가슴을 쳤습니다. 바로 내 탓인것에...

 

그 글을 여러분께도 소개할까 합니다. ...

 

 

그러나 이제보니

 

내 마음이 메마를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메마르게 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보니 내가 메마르고 차가운 것은 남 때문에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불안할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보니 내가 불안하고 답답한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외로울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버리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보니 내가 외롭고 허전한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 불평이 쌓일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불만스럽게 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보니 나에게 쌓이는 불평과 불만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기쁨이 없을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내 기쁨을 빼앗아 가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나에게 기쁨과 평화가 없는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서 희망이 사라질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낙십시키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보니 내가 낙심하고 좌절하는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부정적인 일들이 남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오늘

나는 내 마음 밭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씨앗 하나를 떨어뜨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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