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가난한 미국인-얼굴 검은 요셉신부님의 강론

인쇄

정성철 [ch033] 쪽지 캡슐

2000-02-23 ㅣ No.430

 2월20일 11시 미사에는 한 흑인 신부님이 본당신부님과  미사를

공동 집전하셨다. 흑인 신부님은 미국인 요셉 신부님이라고 했다. 그런데 본당신부님의 통역으로 이뤄진  그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면서 큰 감명을받았다.

 신부님은 "나는 가난한 미국인입니다" 하고 강론 서두를 열었다. 강론의 요지는  "가난한 미국인을 위하여 기도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가난한 미국인?

그가 얼굴 검은 흑인 신부여서일까 ?

 

 지금 미국은 장장 1백70여개월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어떤 경제 이론으로도 풀이가  안되는 "신경제" 덕에 미국의 경제는 상당 기간 호황이 지속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가난한 미국인이라고?

 

신부님은  "미국인은 빠른 차와 큰 집을 가지고 물질의 풍요로움에 젖어 있지만 영혼은 가난하기 때문"에 그 미국보다 물질적으로는 보잘것 없는  우리에게 미국인을 위해 기도를 해달라는 진정한 부탁을 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인! 어디서나 자신있고 당당한 미국인,

어려운 나라 빈민을 위해 나서고 , 분쟁이 있는 곳이면 언제나  뛰어드는 미국인,

외국의 인권 문제에까지 지나치지않고  관여 하는 미국인,

 그 미국,미국인이..

 

..,한편으로는 쿤타 킨테로 대표되는 흑인들을 잡아다가 노예로 삼고 그 자손들마저 차별하는  미국인들 ,

총을 빠르게 쏘는 사람만이 영웅이고   힘없는 사람을  사격 연습 대상처럼 삼았던 그런 조상을 가진 그 미국인들,..

 

그들을 대표해서 가장 핍박을 받았을 검은 미국인이 - 물론 신부이긴 하지만-

" 우리 가난한 미국인을 위하여, 진정으로 미국인에 필요한 영혼의 가난을 위하여 기도해 달라"고 하는 이 솔직한 고백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어를 이해하지는 못해도  대다수의 신자들이 이 요셉 신부님의  영혼을 울리는 말씀에 공감하고 있었다.

 

 우리는 미국을  달러가 넘치는 나라로, 세계를 지배하는 부족함이 없는 나라로 알아 왔고, 미국인은 당당하고 또 얼마나 오만한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는가?

 

그러나 이 신부님의 고백 속에는 본인이 원하든 않든 세계에 군림하는 현재의 미국의 보편적 양심이 담겨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런 솔직한 고백은  미국을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도 요셉 신부님이 고백 하시는 것처럼 언젠가 가난한 우리 영혼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겸손하게 고백할 수 있을까?  

눈에 띄게 나쁜짓 않고  봉사 활동에 따라 나서기에,기도 열심히 했기에, 미사 참례  빼먹지 않았기에,나는 가난하지 않다고 생각 할 수 있을까?

 

 1월 26일의 미사때 이기헌 사도요한 본당 신부님은  강론 중 "외모, 겉치장은  잘 하면서 영혼의 화장은 하고 있는가?" 하고 물은 적이 있었다.

요셉 신부의 강론을 들으며  이 물음이 다시 떠올랐다.

 

나 스스로의 신앙생활을 돌이켜 보고 반성 하기 위하여  긴 이야기를 써 보았다.

 

 



3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