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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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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3-02-20 ㅣ No.3391

정말 믿기지 않을 무관심, 방관, 방종, 방심, 그리고 철저한 인재를 보면서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고 그래서 살아 있노라고, 안도하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고, 마음이 울적해서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하느님은 우리 민족에게 왜? 이다지도 모진 눈물을 흘리게 하시는가 생각해보는 하루였습니다.

유가족들의 절규를 언론을 통해 보면서 과연 인간의 마음이 어디까지 악하고 선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었던 하루였습니다.

언론에서는 호들갑을 떨 호재를 만났다고 열심히 보도를 하지만, 하느님 앞에서 모든 인간이 존엄하고, 무엇이 귀중한 것인지 몇일만 지나면 깊은 망각의 늪으로 빠져버리고 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생각해 봅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붕괴되고, 씨랜드가 불에타고, 비행기가 떨어지는 등 큰 사건에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이제 어지간한 사건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단련(?)이 되었나 봅니다.

이번에도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다가 관계자들 몇명 처벌되고 나면 또 잊혀지겠지요.

그 숫한 사건들이 일어났음에도 국가 재난체계 조차 제대로 잡아 놓지 못한 여의섬의 높으신분들 이번에도 예외없이 현장으로 달려가, 무게나 잡고 호통이나 치다가 또 정쟁에만 매달리겠지요.

아침에 출근도중 라디오에서는 사건관련 인터뷰가 있었는데, 외국에 수출하는 전동차는 모두 불연재료인데, 국내에 납품하는 것은 예산 타령으로 불연재가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습니다.

참으로 인간들의 무책임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범인이 불을 붙이려고 라이터를 켜도 육탄으로 막는 사람도 없고, 연기가 나는데도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들, 그리고 불구덩이 속에 전동차를 몰아 넣고도, 아무데도 다친 곳 없이 유유히 빠져 나온 기관사의 모습을 보면서, 이 시대에 의인이 이렇게도 없는 것인가 생각해보면 다시 한번 화가 납니다.

뒤엉켜버린 시신들이 뼈까지 녹아 버리고 재만 남은 화면을 보면서, 어찌 그리도 친절(?)하게 완벽한 장례를 치루어 주었는지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한동안 열심히 떠들어 대다가 망각의 강을 건너면 그만일 것이요

이러한 참사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으로 남을지니, 우리 신자된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 까요?

비명에 가신 분들의 명복만 빌 것이 아니라, 언제나 나에게 닥칠 수 있는 일임을 생각하고 늘 깨어서 준비하며, 이 시대의 진정한 의인으로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것입니다.

두서 없는 글 용서바랍니다.

다시 한번 이번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께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빌면서 마치겠습니다.

 

비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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