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내 곁에 계신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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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실 [antonius1] 쪽지 캡슐

2000-10-15 ㅣ No.1436



내곁에 계신 주님

내곁에 계신 주님
                   
   

나를 가두어 놓은 성벽 저 너머에
내가 찾아야 할 그 무엇이 있습니다.
나를 기다리시는 분이 그 어디엔가 계십니다.
그분을 날마다 찬미하면서도 아직은 만나뵙지 못하였으니
내 마음 항상 불안합니다.


그분을 뵙지 못한 이 허전한 마음, 이 목마름.
내 목을 축여 줄 맑은 샘물을 찾아
저 끝없는 지평선과 광활한 대지 위를 한없이 헤매다닙니다.


이제 막 터지려는 꽃망울을 찾아서
오늘이라는 이 삶의 들판을 헤매다닙니다.
나는 떠돌이 나그네가 되어
이 거리 저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잠겨있는 대문마다 두드려 보고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봅니다.


내 손에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내 마음은 텅 비어 허전합니다.
 
내 안에도 내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그 어떤 실재가 있을 듯합니다만..........
여러가지 색으로 무늬진 아름다운 여명을 기다리느라고
수많은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도 알아듣지 못하는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이
나를 기진하게 만듭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부질없는 방황을 계속해야 합니까?
당신을 찾아도 못 찾는 것은
인간에게 내려진 무서운 벌
그리스도인이 메고 가야 할 멍에입니다.


"내가 너를 점지해 주기 전에
나는 너를 뽑아 세웠다.
내가 세상에 떨어지기 전에
나는 너를 만방에 내 말을 전할
나의 예언자로 삼았다"(예레1,5)
"야훼여,
저는 어수룩하게도 주님의 꾐에 넘어갔습니다.
주님의 억지에 말려들고 말았습니다"(예레20,7)


주님, 묵묵히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어느새 나는 당신을 만났습니다.
그것은 태초부터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나만의 유일하고 위대한 발견이었습니다.


당신은 소리없이 오셨습니다.
단 잠자는 아기를 깨울까 조심하여
사뿐히 걷는 엄마의 발길처럼
당신은 오셨습니다.


당신은 나의 짧은 언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미로운 말씀을
이제 나에게 들려주셨습니다.
당신의 손길이 나의 옷깃을 스칠 때 비로서 내 눈이 열리고
그분의 밝은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나 당신을 알았습니다.
진종일 당신과 함께 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당신을 찾았더니 바로 내 곁에 계셨고
아득히 먼 곳에 계신다고 생각했더니
당신은 내 가까이에 계셨습니다.
당신은 나를 몸소 찾으시고
당신을 찾는 나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주님, 당신은 내 이웃 사람들이 짓는 미소속에
내가 들었던 감미롭고 신비로운 이야기 속에 계셨습니다.
내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아 온 자상하고 순수한 사랑속에
나를 바라보던 갓난 아이의 두 눈속에
두 손을 맞잡고 거니는 다정한 연인들의 마음 속에
그리고 유모차를 밀고 가는 젊은 부부의 마음 속에
당신은 계셨습니다.


길가에서 나에게 동전 한 푼을 구걸하던 불쌍한 걸인 안에
고통과 번민에 시달린 사람들의 주름살 안에
당신은 계셨습니다.
내 폐부에 스며드는 깨끗하고 신선한 새벽 공기 속에
오래던 폐허의 돌 밑동에 피어난 작고 예쁜 풀꽃들 속에
당신은 계셨습니다.
 
주님, 이렇게 늦게나마 당신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내 생을 보람있게 살면서
당신의 사랑을 영원히 노래할 수 있도록
나를 도와주십시오.
내가 얻어만난 감추인 보물을 다시는 잃지 않게 하시고
잃어버린 양을 찾아 나서신
당신의 뜨거운 사랑으로 나를 인도하시어
나로 하여금 항상 당신 곁에 머무르게 해 주십시오.
아멘


아베라르도 다니 신부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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