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성당 게시판

두번째 사순일기

인쇄

윤혜진 [fromrahel] 쪽지 캡슐

2002-02-25 ㅣ No.1239

새벽미사를 다녀왔다.

마음이 허해져서일까? 이상하게 이번 사순시기는 정말로 나에게 일어난 상황처럼 느껴진다.

늘 사순시기에 부르던 성가인데 오늘따라 마음이 아팠다. 평소와 다를것 없던 노래소리인데 가사내용이 귀에 들려서인지 절규..정말 애통해하는 마음이 진하게 흡수되는 것 같았다.

 

지난 주말에는 갑자기 시간이 되서 레지오와 함께 지구피정에 다녀왔는데 많은프로그램보다도 밤새 소성당에서 십자가와 예수님 얼굴을 바라보았던 게 자꾸 생각난다.

자유롭게 묵상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아무도 없는 방에서 정말 조용히 예수님과의 만남을 청해봤다. 좀처럼 하지 않던 양팔기도도 뻐근할때까지 해보고...힘들면 잠깐씩 옆으로 누워서 십자가를 바라보았다. 왠지 잠깐이라도 눈을 떼면 그냥 가버리실 것 같아서 졸린 눈에 힘을 줘가면서 열심히 바라보고 또 바라봤다. 너무 열심히 바라봐서인지 그림에서 예수님이 걸어나오실것만 같았다.

 

무슨 말씀이 들린것도 아니고 정말로 예수님이 걸어나오신것도 아니었지만 고요한 가운데 촛불로 밝혀진 예수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 깊은곳까지 따뜻해져옴을 느낄수 있었다.

사랑은 이렇게 전해지는구나...싶은 생각에 고개를 들기가 부끄러웠다.

왜 진작 이렇게 사랑하지 못했을까...

스쳐지나간 많은 이름들 앞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오늘 새로운 한주를 맞이한다. 내게 주어진 시간...정말 열심히 사랑하면서 살고싶다.

 

                                                                        ceacilia.

 

 



4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