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성당 게시판

#사순일기 -다섯번째 이야기

인쇄

윤혜진 [fromrahel] 쪽지 캡슐

2002-03-05 ㅣ No.1258

나 그대를 진정 사랑하였는가

 

유난히도 분주했던 지난 한 주가 지난 지금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 옴을 느낀다.

육체적으로 시간적으로 너무나 바쁘게 지냈지만 매시간 프로그램 제목에 맞게만 움직였던 것이다.

진정 마음으로 그것이 되지 못하고 매 순간 내게 주어지는 제목 글자만 읽기에 바빴던 지난 시간을 돌이켜본다.

 

사람은 정말 관계 속에 놓인 존재이다.

사실 내가 바쁠수밖에 없었던 이유중 하나는 바로 내가 성서모임 대표봉사자라는 것이다.새로 시작되는 모임을 위해

그룹원을 모집해야하고...새로이 한 해를 시작하려니 솔직히 조금은 부담된다. 벼가 익으면 머리를 숙인다는 말이

자연스레 가슴에 와 닿는걸 보면 한살 먹을수록에 철도 드는가부다. 하면 할수록 모르겠고 그룹원들에게 미안하다.

바다로 나갈수록 너무나 작은 내 모습에 당황스러운 ...그런 기분이다.

바다를 본 것이 내 인생에 이리도 큰 변화를 가져다 줄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당활동 다 접고 올 한해 그동안 무심했던 돈을 벌어야겠다 다짐했지만 활동을 접는다는 표현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 생각이었던가 반성하게 되었다. 활동을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분이 내 안에서 활동하심을 왜 그리도 잘 잊어버리는지 모르겠다.*^^*

성서...아는 것도 별로 없지만 왠지 모르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음은 바로 내 안에 주님이 오셨음을 알리는

중요한 사실일텐데 그 용기가 내것인냥 착각하고 살았었다. 부끄럽다.

 

어찌보면 지금 이런 글을 굳이 아침부터 쓰고싶은 이유 역시 내가 그분과의 관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일게다.

매순간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나’와는 조금 엉뚱한 모습의 나를 자주 발견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그 알수 없는 용기가

그분으로부터 온다는 걸 요즘에야 비로소 느낀다. 이 어설픈 고백이라도 해야 마음이 시원한 이유...또 한번 주님과 나의 관계에

대해 강조하고 싶음이다.*^^*

 

관계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느끼는 상황이겠지만 그 결과로 내게 돌아오는 감정의 변화는 지극히 절대적인 것 같다.

시인의 말처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슬퍼할 수 있음은  대상을 마음으로 느꼈기 때문이고 이것이 가능한 것은 그분이 우리에게 주신

마음 깊은곳에 감춰진 ’사랑’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가 눈뜨기 시작하여 눈 감을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나를 온전히

받아 안아 주시는 좋은 분이 우리와 함께 하심을 매시간 확인하고 싶음은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애교인지도 모르겠다.

 

성서를 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겠지만 이런 얘기를 꼭 하고싶었다.

창세기에서 아담과 하와가 원죄를 짓고서 에덴동산에서 쫒겨날 때, 그리고 카인이 아벨을 죽이고 나서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될 때 등등

인간이 하느님께 죄를 짓고 처벌을 받게 될 때 겉으로 드러나는 환경적인 변화 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바로 관계가 깨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다시 ’사랑’이 깨진 상황=죄 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것이다. 또한 개인의 죄로 인해서 공동체로의 확산이 야기되고 하느님과의

사랑의 관계가 한단계 더 멀어지게 하는 것-이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생활 속에서 체험하고 있다.

제일 처음 그룹진도를 나갈 때엔 그냥 해설자료를 보면서 이야기 했는데 이젠 정말 체험으로 말할 수 있다.

인간 한 사람과의 관계도 사랑이 깨어지면 상처가 큰 법인데 하느님과의 관계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살면서 갖게 되는 모든 관계는 그분이 주시는 것라고 한다. 내 마음이 기쁠 때에도 슬플 때에도 진정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진정 사랑하였는지

잠결에 더욱 달콤하게 부르게 되는 이름이 내 아버지 예수님인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나 그대를 진정 사랑하였는가...

 



3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