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지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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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id] 쪽지 캡슐

1998-12-07 ㅣ No.24

 노원본당 공동체 신자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저는 얼마전까지만 해서 거기가 내 평생 살곳처럼 착각하고 살아가던 요한신부입니다. 이제 이곳 역삼동성당으로  온지 딱! 열흘이 지나갔군요.

 

 무엇보다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혹시나 제가 잘 있나 궁금해 하실까봐 인사드려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입니다. 저 무지무지 잘지내고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혹시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정말 무지무지 잘지내고 있어요 (너무 강조하면 오히려 이상한가?) 제가 듣기론 여러분들도 새로온 보좌 신부님들과 너무너무 행복하시다고 들었습니다. 그소리를 듣는순간 저는 무지막지하게 기뻣습니다. 잘 지내시고, 행복하시다니....음....저없이도....이처럼 기쁜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습니까? 하 하 하!

 

  가장 아쉬운 것중 하나는  텅빈 노원 아스팔트 대광장에서 당연하게 바라보았던 북한산 백운대, 인수봉,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등 떠나오니까 더 그리운게 산입니다. (사실 그리운게 어디 산뿐이겠습니까?) 산이야 원래 거기 있고 서울시민 아니 우리나라사람 모두의 것이겠지만 그래도 실제로 느낌은 그 아름다운 네개의 산이 마치 노원구 형제 자매님들만을 위해 있는것과 마찬가지 이잖아요? 일부러 그 산을 찾아가지 않는이상 말이지요...우리의 주님도 마찬가지 인것 같아요 원래 그 자리에 모두를 위해 계시지만 그래도 그 분 가까이 그 분곁에 둥지를 튼 사람들만을 위해 계신듯 느낄 때도 많지요.

 

 그 동안은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이곳 지리도 모르고 해서 길잃어 버릴까봐 O사와 O사 빼고는 방에만 있었습니다.그러다가 드디어  어저께 처음으로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사와 청년 성가대를 만나서 회합에도 참석해 보았습니다. 성가대는 다 똑같은 특징이 있더군요 노원청년성가대도 그랬는데 자기네 노래 잘부르지 않느냐고 닥달하는 겁니다. 제가 평소같았으면 소신을 지켰을 텐데 한 열흘간 방에만 있는 등 심리상태가 정상이 아니라 현실과 타협하고 말았습니다. '응...너네 잘불러' 라고요 그때 누군가의 삐삐가 세번 울더군요 그제서야 저는 정신을 차리고 후회했답니다. 오 주여!

농담이구요 여기 청년 성가대 노래 못부르지 않아요.

 

 여러분들이 보고싶지만 참을만 합니다. 그런데 이대로 기억속에서 앞으로 점점 모두 잊혀져 간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너무 속상하고 참기 힘드네요. 그래도 영영 못보는 것은 아니니까 큰 위로가 됩니다. 제가 지나가다가 들릴수도 있고, 여러분들이 이사다니고 저도 이동해 다니다가 만날수도 있고, 무엇보다 산에서 갑자기 만날수 있구요. 그러면 인사만 하고 헤어지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안경렬 신부님, 안승관 신부님, 서기원 신부님들 여러분들을 위해 하느님께서 특별히 보내주신 훌륭한 사목자들이기에 여러분 걱정을 하나도 안합니다.

 

여기는 중고등부가 너무 적어요 미사는 한 60명 나오는데 어제보니까 교리는 40명 나왔구요. 초등부도 한 100명정도 밖에 안되요 그나마 초등부는 제가 지도신부가 아니라 아쉬움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노원의 이쁘고 멋있고 사랑스러운 주일학교 학생들 어린이들 모두가 더욱 생각이 나네요

 

할말은 많지만 잠시후에 교구장님 영명 축하미사에 가야하기때문에 이만 각설하고 준비해야 할것 같습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시고 언제나 주님안에서 주님과 함께 생활하시는 하루하루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옵니다. 저요? 잘 지낼거라는거 잘 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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