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펀글]아름다운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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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엽 [skyjong] 쪽지 캡슐

2000-08-11 ㅣ No.1201

퇴근무렵 발목을 삐끗하는 바람에

택시를 타고 집에가게 되었다.

손님이 이미 타고있는 택시에 합승을

하게되었다.

편히 자세를 잡으려는 순간, 발밑에

뭔가 밟히는 느낌이들어 내려다보니

낡은 손가방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무심코 집어들어 가방속을 확인해본 나는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백만원권 수표가 62장...

만원권 현찰이 무려 팔백만원....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무작정 택시에서

내렸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걸으며 가방속을

다시금 뒤적거려봤다...

수첩이 한권 나왔다........

장애인 수첩......

순간...나도모르게 수첩속의 글을 읽게되었다.

가방의 쥔은 하반신장애....부인되시는 분은

청각장애인......

수첩속 연락처에 시선이 멈췄다.

나도 모르는사이 내손은 연락처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찍고 있었다...

가방을 주웠다는 내얘기를 듣고 부리나케

달려나온 두분을 뵙고 난 정말이지 할말을

잃고 말았다.....

너무도 남루한 차림새...생활고에 찌든듯한

두분 얼굴의 깊은 주름과 거칠은 손마디...

가슴이 저려옴을 느꼈다...

두분에게는 외아들이 있었다고 하셨다.

그아들이 얼마전 장애인재활원 자원봉사를

나가던중 교통사고를 당해서 지금은

하늘나라에 가있다고 하셨다...

그아들의 소원이 장애인 복지시설을 손수

건립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15년 가까이 온갖 고생하며 모으신

돈을 복지시설에 기부하려하셨는데,

오늘오후 택시안에서 부모님께서 위중하시다는

연락을받고 황급히 이동하시던중 가방을

놓고 내리신 모양이었다.....

고맙다며, 차비에 보태라고 자꾸만 돈을

쥐어주시는 두분의 손을 뿌리치기 힘들어,

근처 상가에서 양말 3켤레를 사달라고해서

간신히 서운함을 달래드릴수 있었다.

애써 밝게 웃으시며 뒤돌아 가시던 두분의

뒷모습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

없었다...

두분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나는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며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을 살고 있는지

망각하며 살았다는 생각에 내자신에게

부끄러워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집에돌아와 두분께서 사주신 양말을

서랍에 정리하면서 난생처음 하늘에

기도도 했고 욕도 했다....

두분 부디 행복 하시라고.....

왜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축복은 커녕

더 큰 시련을 주시냐고...........염병....

아들생각이 나셨는지 가끔 연락주고

놀러오라시며 연락처를 쪽지에 적어주시는데,

눈가에 가득 눈물이 맺히신걸 보고

차마 바로볼수 없어 고개를 돌리고 말았던게

후회된다....

밝게 웃어드렸어야 했는데...

작은일에도 쉽게 좌절하고 힘들어 하며

쉽게 포기했던 내자신이 부끄러워 진다...

정말 많은걸 느끼게된 하루였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자신의 삶에 열성적이고 충실하다는것....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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