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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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3-04-08 ㅣ No.1161

사순 제5주일(나해. 2003. 4. 6)

                                            제1독서 : 예레 31, 31 ? 34

                                            제2독서 : 히브 5, 7 ? 9

                                            복   음 : 요한 12, 20 ? 33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봄이라고 하기보다는 초여름에 가까운 날씨입니다.  하루 사이에 꽃들이 활짝 피어 황홀함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오늘 복음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꽃이 피기 위해서는 그 씨앗이 땅 속에서 썩어야 합니다.  씨앗 그 자체가 썩어 없어지면 아니 양분을 다 주고 나면 싹이 나고 그 싹이 자라 아름다운 꽃을 이루게 됩니다.  밀알이 땅에 묻히면 썩게 되어있습니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며 법칙입니다.  그런데 다 썩는다고 해서 모든 밀알이 싹을 티우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죽게 됩니다.  오늘일지, 내일일지, 10년 후가 될지 그 시간은 각기 다르지만 우리는 죽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언젠가 죽게 되리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다가 죽느냐는 것입니다.

 

  “인도의 성자 선다싱이 등산을 하다가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엄청난 눈보라와 강추위를 만났습니다.  생사가 위급한 상황에서 가이드의 말에 따라 하산하는데 눈 속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그냥두면 얼어 죽을 게 뻔했으므로 선다싱은 그를 업고 가자고 했고 등산 가이드는 그냥 가자며 언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다 그 가이드는 혼자 내려가 버렸습니다.  선다싱은 그를 업고 힘겹게 내려오는데 어찌나 열이 나고 땀이 나는지 마침내 그가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내며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거의 다 내려왔을 때 눈에 덮여 있는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혼자 살겠다고 먼저 내려간 그 가이드가 얼어 죽어 있었던 것입니다”

  옛말에 ‘살려고 하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 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 선다싱은 자신이 살기 위해 그 사람을 데리고 가자고 한 것은 아닙니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그는 힘들게 그를 업었던 것입니다.

  전쟁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인간 방패가 된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모습에서 오늘 복음에서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게 합니다.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며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  결국 이 말은 바로 ‘죽어야 산다. 는 말이 아닙니까?  사실 그리스도교는 세상을 향해 ‘죽어야 산다. 고 외치고 있습니다.  부활의 영광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가 죽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죽으심으로써 부활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셨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본능적으로 고통을 외면하고 기쁨과 쾌락을 찾아다닙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중에 새로 태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위험하고 긴 병의 고통 중에 아주 좋게 변한 사람도 많습니다.  절망적인 고통 중에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에서 벗어났고,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어 주는 삶을 통해 모든 것을 살리게 되었습니다.  쉽고 편한 것과 감각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다 보면 인간은 반드시 인간다움을 잃고 맙니다.

 

  사순 시기는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새롭게 하는 시기입니다.  사람마다 자신이 고치기 힘든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그 나쁜 버릇을 고치려고 노력한다면 그것은 분명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하겠지만 그 버릇을 고치고 나서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부간에도 서로 죽어야 합니다.  함께 있기만 해도 그냥 행복한 그런 느낌은 3년쯤 지나면 없어진다고 합니다.  서로 참고 자신에게 죽지 못하면 결코 가정을 잘 지킬 수 없는 것입니다.  자신과의 진한 싸움을 하면서 작은 죽음을 체험할 때마다, 우리는 그만큼 새로워지는 부활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죽음이 없는 부활을 있을 수 없습니다.  남은 사순 시기 동안 더욱 완전히 죽음으로써 참으로 기쁘고 뜻 깊은 부활을 맞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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